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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덕여왕]엄태웅과 유신랑을 위한 변명
작성자
해피데이
작성일
2009-08-17
조회
7297


드디어 선덕여왕 24회 초입부까지 보았습니다.

덕분에 지금껏 아무 소리도 못하고 구경만 하던 선덕여왕 논쟁에 끼어들 수

있게 되었군요^^


안타깝게도.... 우리의 유신랑과 태웅군에 대한 수없는 비판과 안타까움의

목소리들이 들려오더군요. 사극에 안어울린다, 나이가 안맞는다, 캐릭터가

단선적이다, 발성이 이상하다 기타등등....


하지만 워낙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봐서인지.... 우려만큼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유신랑에 엄태웅이란 배우가 베스트 초이스였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만

엄태웅의 유신랑만이 가진 매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는 말씀입니다.


논란의 쟁점인 나이....

훗... 인정할 건 인정합니다. 병부령 설원랑에게 뒤지지 않는 포스를 뿜어내면서

덕만이보다 한 살 아래라고 우기는 건 조금 양심이 없어 보일지도 모르지요.

20대 꽃띠 알천랑이며 기타 해사한 서라벌 10화랑들 사이에서 (물론.. 몇몇은 제외)

살짝 삼촌필이 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선덕은 50부작( 65부작까지는 연장

확정이란 소리를 들었습니다. 잘하면 80회정도까지 갈 지도 모른다더군요) 드라마이고

유신랑은 삼국통일의 주역인 대장군의 카리스마까지 커버할 수 있는 배우여야 합니다.

지금 잠깐 예쁜 배우로는 소화할 수 없는 배역이지요.


단선적인 캐릭터에 대한 지적이 제일 많았었는데, 저는 선덕의 작가가 그렇게까지 발스럽

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신의 캐릭터 역시 흔들리지 않는 자기만의 색깔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고 봅니다.

선덕여왕의 유신은 살짝 '빙구스러운' 인물입니다. 충직한 머슴같이 단순하고 우직하기만

하여 가끔 얼띠게 보이기까지하는 인물입니다. 맘에 들때까지 만번씩 칼을 (그것도 그저

일직선으로만) 휘두르는 이 남자는 검법 마저도 무식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저 크게 한번

휘둘러 무작스러운 힘으로 베어 버릴 뿐이지요. 언제나 묵묵히 앞으로만 전진하는 덕분에

못말리는 방향치이기도 합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마음을 속이는 일은 못하는' 성격이지요.


그래서인지 이 남자의 매력은 쉽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비담처럼 다양한 표정을 선보이지도

않고, 알천랑처럼 쉬크한 매력을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문노처럼 멋진 액션도 없죠.

쓸데 없이 진지하고, 별일 아닌것에 오바하고, 뭔가 보여줘야 할 부분에선 멀뚱하니 침묵

합니다. (그러니까... 중요한 고백 한 다음에 썰렁하게 도망쳐 버리지 좀 말란 말입니다!!)


캐릭터가 단선적인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 남자가 원래 그렇게 생겨 먹었습니다.

하나를 생각하면 그것만 향해 걸어가는 그런 남자입니다. 국가와 민족, 가족을 버리고

사랑만 따라간다는 설정이 이해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제가 직접 그 장면을

보니, 가장 이 남자다운 선택이라고 봅니다. 그 상황에서 머리를 굴릴 만한 위인이

못되는 겁니다. 그저 자신의 진심이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남자니까요.

그리고 태웅군의 단조로운 연기 역시 그가 이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 배우가 얼마나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지, 아는 사람은

다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 가장 단조롭고, 가장 무뚝뚝하고, 가장 진지하고,

가장 변함없는 인물. 그것이 유신랑의 가장 큰 매력이니 말입니다.



어쨌든.... 전 이 순박한 남자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 역시 천성이 촌스러워 그런지 말쑥하고 세련된 남자보다 좀 어수룩해도 진실된

남자가 더 좋지 말입니다. 앞으로 머슴표 연애물의 로망을 보여줄 듯 한데

기대가 만발입니다.

qlekawhkd  [2009-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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