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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아버지는 마장동에서 일을 하십니다
작성자
아버지
작성일
2009-12-19
조회
4577

나의 아버지

 

내 아버지는 마장동에서 일을 하십니다. 소를 잡고, 고기를 썰고, 배달도 하는 전천후 일꾼이시죠.

 

하지만 나는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버지 한테서 나는 냄새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소냄새죠.

 

아버지 그 분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습니다만 제 친구들이 있는 곳에서 저를 아는체 하실때면 정말

 

창피해서 죽어버리고 싶습니다. 혹시라도 제 친구들 근처에 오셨다가 친구들이 저한테 '니네 아빠한테

 

이상한 냄새나' 이런 말을 할까봐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가끔은 아버지 퇴근길을 피해서 다니곤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제게 물어보셨습니다.

 

"요즘엔 학원에 안가니? 아빠 퇴근할 때 가끔 우리딸 얼굴 볼 수 있어 좋았는데, 요즘엔 통 안보이네."

 

"아니에요, 학원에 가요 좀 늦게 가는 거에요."

 

"학원에 늦으면 안돼지. 비싼 돈 내고 다니는 건데. 항상 차조심하고."

 

전 속으로 '아빠 피해서 다니는 거에요, 아빠나 차조심 하세요'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아빠가 혹시 제 속마음을 들었을까 잠시 걱정도 했지만, 이내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몇일 후에 엄마가 아빠 입원하셨으니 얼른 같이가자고 학교로 찾아오셨습니다.

 

같이 간 병원에서 아버지는 온몸에 붕대를 감고 침대에 누워계셨읍니다.

 

계속 '아프다'는 말만하시는 아버지는 이전보다 더 초라해 보였습니다.

 

눈물이 계속해서 흘러내렸습니다. 그냥 친구분들과 술드시고 무단횡단하다가 교통사고가 난

 

거라고 했지만 왠지 그때 제가 마음속으로 '아빠나 조심하세요'라고 비아냥 거렸던게 생각이

 

들어서 그랬습니다.

 

6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아버지는 다시 일하러 가실 수 있었습니다. 전보다 기력도 약해지고

 

걸음 걷는 것도 힘들어 하시는 아버지를 볼 때마다 가슴 한켠이 '징~'하고 울려서 갑자기 눈물이

 

흐르곤 하는 겁니다.

 

이제는 길에서 아버지를 만나면 친구들이 있건 말건 상관없이 아빠한테 달려가서 팔짱을 낍니다.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다는 소냄새를 맡으면 그제서야 비로소 아버지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이제부터 아빠를 부끄러워 하지 않을 것이고요, 저도 아빠한테 부끄러운 딸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겁니다.

국그릇  [2009-12-19]
함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잘 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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