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촉하는 비/ 김옥춘
비는
오는 비는
재촉을 한다
봄 어서 오라고
여름 어서 오라고
가을 어서 오라고
겨울 어서 오라고
나는
기다리는 나는
성화를 한다
봄에도 내 님 안 올까봐
여름에도 내 님 안 올까봐
가을에도 내 님 안 올까봐
겨울에도 내 님 안 올까봐
비는
오는 비는
올 봄을
올 여름을
올 가을을
올 겨울을
많이많이 좋아하나 보다
어서어서 오라고
재촉을 하는 걸 보니
나는
기다리는 나는
봄에도 오지 않은 내 님을
여름에도 오지 않은 내 님을
가을에도 오지 않은 내 님을
겨울에도 오지 않은 내 님을
많이많이 사랑하고 싶은가 보다
내 님 오지 않을까봐
내 님 사랑하지 못할까봐
성화가 난다
비가 온다
계절을 재촉하는 비가
계절이 온다.
내 님이 와야 할 계절이
비가 오면
사랑의 계절이 온다.
사랑해야 할 계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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