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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열정의인물] 사진가 조선희
작성자
한발자국
작성일
2009-09-13
조회
11697

스튜디오에 들어서자마자 양쪽 벽에 늘어선 수십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A4 용지만 한 크기다. 그 안에는 배우 이영애도 있고 송혜교도 있고 이병헌도 있다. 반라의 이효리가 다소곳이 흑백의 앵글 안에 놓여 있다. 뭔가 다르다. 이 사진들은 모두 사진가 조선희(38)씨가 찍은 것들이다. 조선희가 발견한 아우라가 더해진 배우들의 모습은 희로애락이 투영된 아름다움이었다. 배우 자신들도 미처 알지 못한 자신들의 모습이 흑백의 점선면 안에 그려져 있다.

 


96년 이정재 사진으로 패션·사진계 주목


이런 점 때문에 그의 배우사진은 특별하다는 평을 듣는다. “왜 다른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동물적인 감입니다. 배우 안에 존재하는 것들을 제 식으로 해석해서 찍은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의 눈빛에서 정글을 어슬렁거리는 사자의 매서움이 느껴진다. 그의 사진세계를 이끈 화두는 ‘동물적인 감’이 더해진 사진에 대한 ‘열정’이다.
































































배우 내면 벗긴 왜관 촌년 뚝심
[매거진 esc] 개성 강한 연예인 사진으로 주목받은 사진가 조선희…

죽음 드리운 어머니 연작에선 다른 감성 느낄 수 있어

 
 
 
한겨레 박미향 기자
 

































 











» 1994년 속초. ‘남은 자의 그리움’을 표현하기 위해 여동생을 모델로 찍은 사진.
 

























 











» <어머니> 시리즈.
스튜디오에 들어서자마자 양쪽 벽에 늘어선 수십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A4 용지만 한 크기다. 그 안에는 배우 이영애도 있고 송혜교도 있고 이병헌도 있다. 반라의 이효리가 다소곳이 흑백의 앵글 안에 놓여 있다. 뭔가 다르다. 이 사진들은 모두 사진가 조선희(38)씨가 찍은 것들이다. 조선희가 발견한 아우라가 더해진 배우들의 모습은 희로애락이 투영된 아름다움이었다. 배우 자신들도 미처 알지 못한 자신들의 모습이 흑백의 점선면 안에 그려져 있다.


96년 이정재 사진으로 패션·사진계 주목


이런 점 때문에 그의 배우사진은 특별하다는 평을 듣는다. “왜 다른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동물적인 감입니다. 배우 안에 존재하는 것들을 제 식으로 해석해서 찍은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의 눈빛에서 정글을 어슬렁거리는 사자의 매서움이 느껴진다. 그의 사진세계를 이끈 화두는 ‘동물적인 감’이 더해진 사진에 대한 ‘열정’이다.





 


 


 


 
























 











» 배우 신민아.
 

























 











» 배우 현빈.
 



그는 90년대 그저 평범한 대학 사진 동아리 회원이었다. 할머니를 찍은 사진 <유순덕>이 ‘연세대학 문화상’을 탈 정도의 소질이 발견된 ‘사진을 좋아하는 아이’였을 뿐이다. 그를 프로의 세계로 이끈 것은 그의 책 제목처럼 ‘경북 왜관’ 촌년의 뚝심이었다.


“잘할 수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오직 사진밖에 없었던” 조선희는 94년 무작정 사진가 김중만을 찾아갔다. “내가 찍은 남자 누드사진을 엽서로 만들어서 내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전화 드리겠다고 덧붙였지요.” 떨리는 손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긴장된 순간이었다고 말한다. 몇 날이 지났지만 그는 전화 다이얼을 돌릴 수 없었다. 김중만은 당대 최고의 사진가였다. 어느 날 밤 12시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왜 전화한다고 하고 안 하는 거지?” 김중만이었다. 그렇게 그는 사진가 김중만의 어시스턴트(조수)로 프로사진가의 세계에 들어섰다.


그는 김중만을 ‘스승’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그의 곁에서 긴 세월 함께한 스승은 ‘자기 자신’이었다. “어쩔 수 없는 경우 빼고는 들어오는 일은 모두 한”다는 그는 클라이언트가 생각하는 것보다 120% 이상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소리치고 뛰어다니고 외쳤다. “오직 일을 많이 하고 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때로 버겁게 느껴지는 일조차 덤벼서 해내고, 다시 더 큰 일을 해내면서 그는 조금씩 큰 사진가로 성장했다. 스승 김중만에게도, ‘새로운 얼굴’의 사진가를 찾는 패션잡지 에디터에게도 “제가 할게요. 제가 찍을게요” 소리쳤다.


 
























 











» 역도선수 장미란.
 



 


96년 배우 이정재를 찍은 사진이 패션계나 상업사진계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당시 배우 이정재의 매니저였던 하용수는 ‘조선희 아니면 정재 사진은 찍지 않겠다’고 말했고 그는 이후 5년간 이정재를 찍었다.


98년 5월에는 80평 규모의 ‘조아조아 스튜디오’를 겁도 없이 열었다. “아이엠에프 직후라 모두가 말렸지요. 경제적으로 어렸웠지만” 배우들의 인터뷰 사진을 찍어 달라는 요청은 꾸준히 들어왔다. 하지만 그는 허전했고, 갑자기 미국 뉴욕으로 길을 떠났다. 사진과를 졸업하지 않았다는 콤플렉스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뉴욕 땅에서 무용지물이 되는 느낌”, 삭막한 사막에 버려진 잡초가 된 느낌을 고스란히 마음에 안고 돌아온 그는 일에 더 매달렸다. <바자>, <보그> 등과 일하면서 패션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패션사진가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패션 포토그래퍼’상을 받기도 했다. 2007년에는 아트선재센터에서 ‘거울 신화’전에 참여했고, 올해 5월에 열린 전시미술관 가는 길’에 건 작품 <어머니>는 약 4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왜관 촌년 조선희, 카메라와 질기게 사랑하기> 등 에세이집도 여러 권 냈다.


그의 삶은 화려해 보인다. 하지만 정작 그의 내면의 숨겨진 감성을 담은 사진들은 죽음과 연관된 잿빛이다. “14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슬픔도 슬픔이었지만 아버지가 너무 춥겠”다는 생각이 앞섰단다. 어릴 때 경험한 ‘죽음’은 그의 작품에 오롯이 투영된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찍은 <유순덕>이나 <어머니> 시리즈는 죽음에 가까이 가고 있는 이들, 남겨진 사람들, 죽은 이들을 기록하는 것이었고 <손금> 시리즈는 세월을 따라 변하는 삶을 찍어 사진 안에 시간을 담았다.
























 











» <손금> 시리즈 배우 이병헌.
 

























 











» <손금> 시리즈 개그맨 유재석.
 



그는 종종 에너지가 고갈되었을 때 여행을 떠난다. 자신과의 대화를 하면서 힘을 얻는다. 돌아오면 “다시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림이 덧셈이면 사진은 뺄셈이다


“조선희는 무서워”, “조선희는 거칠어”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속에는 그에게 사진을 맡기면 ‘어떤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는 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그림이 덧셈이라면 사진은 뺄셈이다’라고 말한다. 사진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자신의 프레임 안에 잘라 넣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작업이다.


아이가 생긴 뒤에 조선희는 부드러워졌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이제 자신의 삶에서도 조금씩 뺄셈을 한다. 젊은 시절 그를 이끌어갔던 거친 열정은 뺄셈의 과정을 거쳐 순한 열정의 세계로 들어서고 있다. 그 열정이 그릴 사진이 궁금해진다.




















 








» 사진가 조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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