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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화를 끊어 버리는 당신, 혹시 '맥커터'?
작성자
Judith
작성일
2009-09-05
조회
5998


자 꾸 맥 끊는 소리를 해서. 그 케케묵은 별명을 뜬금없이 가지게 된 이유를 분석한 후 탈피해야 했다. 맥커터로 낙인찍히는 순간, ‘적재적시’에 말을 뱉더라도 그 말은 ‘맥커터의 실없는 소리’가 되어버리니까. 별명을 벗어던지기 위해 맥커터에 대해 심층 분석 후 작성한 페이퍼다.

맥커터 ; (명) 대화의 맥을 끊어버리는 기술을 가진 자. 맥(脈)과 커터(cutter)를 합친 합성어. 갑자기 호통을 치며 맥을 끊어버리는 박명수, 사람을 흠칫 놀라게 만드는 썰렁함으로 찬물을 끼얹는 정형돈 등 맥커터에도 그 계보가 있다.


WHY 당신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제로 베이스 배려심
맥커터 징후 단어 그런 게 있어. 나 아는 사람 중에, …라는 게 있는데.
동료들과 수다를 떨다 보면 “뭐야, 이 사진 꼭 사람 따다 누끼 얹은 것 같아” 등 흔히 말하는 ‘업계 용어’가 튀어나온다. 그냥 똑바로 할 말도 업계 용어로 해야 감칠맛이 난다. 그리고 예전에 함께 있었던 상황이나 인물 등을 예로 든다. 문제는 같은 카테고리 안에 있는 사람들과는 충분히 통하는 이야기들이, 다른 카테고리 안에서는 생뚱맞은 멘트가 된다는 것. ‘뭐라는 거지?’와 ‘그래서 어쩌라고’는 이럴 때 절로 나오는 말. 상대방이 ‘그게 뭔가요?’라며 (거짓) 호기심을 나타낸다고 해서 구구절절 설명하다 보면 분위기는 더 안드로메다로.
SOLUTION 그냥 두 문장 이내로 그 맥락과 분위기와 통용되는 상황 등을 설명해 완벽하게 이해시켜 공유할 수 없다면 그냥 애초에 이야기를 꺼내지 말 것. 자신에게 흥미로운 사실이라고 다른 사람도 모두 그렇게 생각하리라는 법은 없다. 같은 세대에서도 그럴진대 특히 웃어른과 대화를 나눌 때는 더욱 주의하라. 그리고 남녀노소 세대를 불문하고 장단을 맞출 수 있는 소재를 쌓아둘 것. 이슈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WHY 한 가지 소스에서 정처없이 뻗어나가는 연상 게임
맥커터 징후 단어 그러고 보니, 그런데, 혹은 접속부사 없이 엉뚱한 소리.
어렸을 때 ‘마인드 맵’ 좀 해봤다. 한 단어로 시작해 가지를 뻗어가며 그리는 학습법 말이다. 학창 시절에는 그 덕에 역사, 지리 등 암기 과목 점수는 좋았다. 머릿속에 잘 그려놓은 그림을 펼쳐놓으면 됐으니. 그러나 대화에서는 영 허당이 되어버렸다.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그러고 보니” 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 이야기를 하다가 또다시 “그러고 보니” 하고 다른 이야기를 생각해낸다. 그러다 보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도 잊어버리고 처음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결론을 내버리는 거다. 혼자 두뇌의 상상마당을 뛰놀다가 엉뚱하고 실없는 소리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
SOLUTION 뭉게뭉게 여러 이미지가 피어오르다 대화의 흐름이 끊기면 그 순간 떠오르는 걸 내뱉는 게 가장 문제. 마인드맵에서 바로 붙어 있는 가지에는 연결고리가 없는 단어는 들어갈 수가 없다는 원리에 충실하길. 마치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인데, 중간은 다 생략하고 ‘원숭이 엉덩이는 맛있어~’만 말해버리는 망측한 대화가 될 수도 있다는 거다. 중간 연결고리까지 모두 언급해준다면 오히려 재치 있는 대화를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연상 게임 자체는 밤새도록 수다를 떨 수 있는, 소재의 지평을 확장하는 좋은 대화법이다.


WHY 정적이 생기는 것을 참지 못하는 돈키호테 책임감
맥커터 징후 단어 근데 나… (쓸데없는 말 꺼내기 추임새) 아, 근데 그거 알아? 야, 글쎄… (뒷담화를 예고하는 추임새)
되 레 맥이 끊기는 것을 못 참아서 맥커터가 되는 무덤을 판다. 잠시의 정적도 참지 못하고 말을 내뱉는 것. 그러다 보면 가끔 ‘경솔하다’ ‘입방정’ 소리도 듣게 되고, 밤에 자려고 누웠다가도 ‘그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사무치게 후회하며 허공에 대고 발길질을 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건 그냥 싱거운 맥커터보다 부정적인 맥커터다. 사회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좋지 못하다. 분위기 살리려다 자신만 갉아 먹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SOLUTION 전체 대화의 35%만 해도 충분하다. 이야기가 툭툭 끊기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드는가. 당신 탓이 아니다. 정적이 생기면 모두 당신을 쳐다보는 것 같은가. 착각이다. 소개팅에서 말을 많이 하는 쪽이 진다는 속설을 떠올려보아라. 결국 밑천을 먼저 보이게 되는 건 말을 많이 하는 쪽이다.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는 굳이 말을 길게 하려 하지 마라. 상황에 따라 적절히 판단하여 이유를 설명하기도 하고 생략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넣을 크림을 달라고 말하면서 직원에게 크림 맛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필요는 없다.


WHY 두괄식을 사랑하는 성격 급한 맥커터
맥커터 징후 단어 아무튼, 하여튼, 어쨌든, 그래서?

학 창 시절 운동장에서 열중쉬어 자세로 교장 선생님의 훈화를 듣고 있노라면 손을 번쩍 들어 ‘그래서 결론이 뭐예요?’라고 물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참느라 애썼다. 뭐든지 결론이 앞에 나오는 두괄식이 좋다. 미괄식은 답답하다. 내 소중한 시간을 왜 엿가락처럼 줄줄 늘어지는 서두를 들으면서 있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미처 머리가 입에게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내 목소리는 타인의 말을 자르고 있다.
SOLUTION 자꾸 그러다 보면 사람들이 같이 이야기하기 싫어한다. 한 템포만 참아라. 상대의 말이 재미없고, 지루하고, 엿가락처럼 줄줄 늘어진다고 해서 함부로 끊지 마라. 정 못 참겠다면 “그래서 결국에는 그렇게 된 거군요” 하는 식으로 (반드시) 차분한 말투를 구사하며 예상되는 결론을 살짝 언급하라. 그러면 ‘네! 맞아요!’ 혹은 ‘아, 그렇지는 않았고요’ 등의 결론을 몇 단계 앞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WHY 난청 있는 사오정 혹은 성의 없는 청자
맥커터 징후 단어 네? 뭐라고요? 다시 한 번만요, &%#$#%$&#%$&# (대화의 맥락과는 상관없는 대답)

제 대로 들을 줄 아는 사람도 몹시 귀하다. 소통에 대한 관심이 많던 루스벨트 대통령은 어느 날 아침 국무회의에 들어오는 각료들에게 평소에 하는 아침 인사인 양 “내가 어젯밤 우리 할머니를 죽였답니다”라고 말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에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엄청난 고백(실은 시험 삼아 해본 거짓말)을 하는 최고 통수권자의 말에, 각료들은 마치 날씨 이야기나 진부한 인사에 대꾸하듯 말을 뱉었다. ‘네, 참 좋죠’ ’정말이요? 참 즐거웠겠군요’ ’저도 잘 잤습니다. 감사합니다‘ 등의 진부한 인사 치레. 그만큼 귀 기울여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반성해보아라. 이야기의 의미는 파악하지 않은 채 거짓 응수나 집중한 척하기로 화자의 말에 응대한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SOLUTION 말하기 자체의 문제보다 잘 듣지 못해 딴소리나 딴 짓을 하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듣기 능력을 개선하려면 먼저 자신이 왜 잘 들어야 하는지 동기를 부여하고 잘 듣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인식해야 한다. 들어야 할 땐 듣기만 해라. 사오정 소리를 듣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방이 말할 때 ‘내가 할 얘기’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WHY ‘니모를 찾아서’의 ‘도리’스러운 3초 기억력
맥커터 징후 단어 근데, … 까먹었다.

돌 아서면 까먹는 영화 <메멘토>의 기억력.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자꾸만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지금 나누고 있던 이야기에서 다른 이야기가 생각이 나면 “근데”라는 말로 맥을 기어코 끊는다. 아예 원하던 대로 이야기가 끊기면 그야말로 ‘맥커터’가 되고, 아니면 말을 하던 이가 이야기를 정리하는 찰나의 시간을 거친다. 그러면 그 찰나에 본인이 생각했던 이야기는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린다. “뭐?” 하고 대화를 나누던 이들이 되물어 오지만 사실 할 말이 없다. “앗, 까먹었다.” ‘근데’ 해놓고 까먹고 ‘근데’ 해놓고 까먹고. 지금 장난하냐?
SOLUTION 주변 사람이 여유를 가질 것. 이런 증상을 많이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근데, 뭐?’ 하며 닦달하는 경우도 있다. 까먹었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아니다 싶어 감추거나 튕기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답답해! 빨리 말해!’ 하며 닦달하는 경우 이 증세는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그냥 ‘까먹었어?’ 하며 다른 화제로 돌리거나 아예 ‘근데’라는 맥커터 징후 단어에 반응하지 말 것.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이 부류는 꼭 이 말이 하고 싶어 속으로 되뇌인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내용을 외게 되고 자신에게 기회가 왔을 때 꼭 이야기하고야 만다. 하지만 대개 썰렁한 경우가 많으니 맥커터 본인이 과감하게 ‘해야 할 이야기’와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취사선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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