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 최점희
온갖 오물 다 받아들여도
함부로 썩지 않는 건
바닷물이 짜기 때문인가요
그 바닷가에 찾아가서
비늘처럼 덕지덕지 붙은 것들을
훌렁훌렁 헹구고 싶었습니다
꼬물거리는 눈짓, 손짓, 발짓
늘 누워 있는 듯 보이지만
잠시도 쉬지 않고 바다는
저렁게 버둥거리는군요
이 욕심 이 더러움
머뭇머뭇 헹구지 않는다면
이 세상도 마침내 썩고 만다는 듯이
제 자리에 그냥 주저앉으면
숨길도 금방 식어버린다는 듯이
어서 와서 헹구고 가라는 듯이
바다가 비좁기라도 한지
하얀 깃발을 흔들며
파도들이 뛰어다니며 외치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