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를 볶으며
- 하미자
참깨를 볶는다
은근한 불에 양은 냄비 올려놓고
참깨를 볶는다
성질 급한 놈 그새를 못 참고
탁! 타다닥!
가출한 아이처럼 문을 박차고 후닥닥 뛰쳐나간다
나도 가끔 저 참깨처럼 얼굴 붉히며
생의 울타리를 뛰쳐나갈 때가 몇 번이었을까
살아간다는 것은
저 참깨처럼 뜨거운 불 위를 걷는 것이 아닐까
무너지고 깨지는 아픔 견뎌야 하듯
부질없는 욕망도 내려놓아야 하리
사루비아 꽃잎 같은 눈물도 흘려야 하리
별들도 외면해 버린 어둔 길도 걸어야 하리
볶아지고 부서질 때
깨꽃 향기 푸르게 깨어나리
눈 깊어지고 마음 더 순결해지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