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 김승미
뼈 빠지게 키운 딸년에게
한우 사골까지 고아서
냉장고를 채워 주시던 어머니
찾아가 현관문을 열면
냉장고 문을 열 때처럼 어머니 얼굴에도
잠시 밝은 불이 켜지곤 했다
무얼 꺼내 먹으려고 무심코
나는 또 냉장고 문을 열었던가
시도 때도 없이 어머니에게
무작정 칭얼대던 일이 떠올라
열적어 얼른 문을 닫으면
냉장고는 또 깊은 어둠에 잠긴다
깊은 어둠 속에 웅웅거리는
밤이면 더 서러운 울음소리
온도를 강으로 강으로 놓아도
썩을 것은 썩고 마를 것은 필경
말라비틀어지는 냉장고
썩을 것 마를 것 다 썩고 말라비틀어지는
어머니 밤 깊은 속울음이
냉장고 속보다 더 저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