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 시
속 빈 대나무 끝에 보일 듯 말 듯
투명하고 가느다란 심지를 매달고
누군가를 붙잡고 시퍼런 가슴을
토해 내고 싶다
그래서 멀리멀리 뿌린다
가슴 언저리에 두 겹 세 겹 켜켜이 쌓아 둔
검게 멍든 가슴을 너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닿기 위해
멀리 더 멀리 던진다
긴 대나무와 긴 줄을
바다로 바다로 연결한다
간혹 내 마음을 알아주는 맑은 물고기가 있다면
나를 물어도 좋다
내 슬픔의 심한 악취가 혹시나 좋아
줄을 당기는 푸른 청어가 있다면
나를 꽉 물어도 좋다
나도 지느러미가 있다면 기꺼이 흠뻑 적시련만
그러나 지금은 더 멀리 더 깊게
하얀 바다가 푸른 바다가 되도록
내 슬픔을 뿌릴 뿐이다
바람을 가르며
흐느끼며
바다에서 새벽을 맞는다
_ 오강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