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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슴 짠 한 이야기
작성자
수다 왕
작성일
2009-08-25
조회
7182

평생을 일그러진 얼굴로 숨어 살다시피 한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아들과 딸, 남매가 있었는데

심한 화상으로 자식들을 돌 볼 수가 없어

고아원에 맡겨 놓고

시골의 외딴집에서 홀로 살았습니다.



한편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자식들은

아버지를 원망하며 자랐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라며 나타난 사람은

화상을 입어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손가락은 붙거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저 사람이 나를 낳아준 아버지란 말이야?"

자식들은 충격을 받았고,

차라리 고아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더 좋았다며

아버지를 외면해 버렸습니다.



시간이 흘러 자식들은 성장하여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었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사람들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며

혼자 외딴집에서 지냈습니다.



몇 년 뒤,

자식들은 아버지가 돌아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동안 왕래가 없었고

아버지를 인정하지 않고 살았던 자식들인지라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별다른 슬픔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자식들을 낳아준

아버지의 죽음까지 외면할 수 없어서

시골의 외딴집으로 갔습니다.



외딴집에서는 아버지의 차가운 주검만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을 노인 한 분이 문상을 와서

아버지께서 평소에 버릇처럼 화장은 싫다며

뒷산에 묻히기를 원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자식들은 아버지를 산에 묻으면

명절이나 때마다 찾아와야 하는 게 번거롭고 귀찮아서

화장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를 화장하고 돌아온 자식들은

다시 아버지의 짐을 정리해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덮었던 이불이랑 옷가지들을 비롯해

아버지의 흔적이 배어 있는 물건들을 몽땅 끌어내

불을 질렀습니다.

마지막으로 책들을 끌어내 불 속에 집어 넣다가

"비망록"이라고 쓰인 빛바랜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했습니다.

불길이 일기장에 막 붙는 순간

왠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얼른 꺼내 불을 껐습니다.

그리곤 연기가 나는 일기장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은 일기장을 읽다가

그만 눈문을 떨구며 통곡했습니다.

일기장 속에는 아버지께서 보기 흉한 얼굴을 가지게 된

사연이 쓰여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얼굴을 그렇게 만든 것은

바로 자신들이었습니다.



일기장은 죽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쓰는 편지로 끝이 났습니다.

"여보!

내가 당신을 여보라고 부를 자격이 있는 놈인지조차 모르겠습니다.

그날 당신을 업고 나오지 못한 날 용서 하구려

울부짓는 어린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당신만 업고 나올 수 없었다오.

이제 당신 곁으로 가려고 하니

너무 날 나무라지 말아주오,

덕분에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다오,

비록 아버지로서 해준 것이 없지만 말이오..."



"보고 싶은 내 아들 딸에게

평생 너희들에게 아버지 역할도 제대로 못하고

이렇게 짐만 되는 삶을 살다가 가는 구나..

염치 불구하고 한 가지 부탁이 있구나

내가 죽거들랑 절대로 화장은 하지 말아다오.

난 불이 싫단다.

평생 밤마다 불에 타는 악몽에 시달리며 30년 넘게 살았단다.

그러니 제발...."

뒤늦게 자식들은 후회하며 통곡하였지만

아버진 이미 화장되어 연기로 사라진 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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