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당초 나는 가난하게 태어났다. 설상가상으로 병든 홀아버지를 봉양하는 소년 가장까지 되었다. 그처럼 부박한 삶이었기에 별의별 일을 다 하며 입에 풀 칠을 하다가 군에 입대했다.
암기를 못하면 고참으로부터 매일 기합을 받았기에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군대 수첩을 모두 외웠다. 그러다가 전역했지만, 군바리 정신으로도 여전히 먹고 살 길은 막연했다. 머리에 든 것도 없고 딱히 배워둔 기술 또한 전무했기에 공사장에 나가 막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이 없으면 쉬고 비가 오는 날엔 놀아야 했다. 도무지 돈 벌이가 안되었기에 직장에 들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나같은 불학의 무지렁이가 할 수 있는 직업은 학력을 고려치 않는 세일즈 뿐이었다. 상품만 많이 팔면 되니까, 헌데 중학교라곤 문턱도 못넘어본 내가 도전한 세일즈 상품이 영어회화 교재와 테이프였다. 알아야 면장도 한다고, 하는 수 없이 친구를 찾아가 밤마다 영어과외를 받았다.
이해는 고사하고 당최 무슨 글자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군대에서 그랬듯 영어회화 교재와 테이프를 만날 듣고 쓰면서 깡그리 외워버렸다.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하기였다.
하지만 그러고 나자 자신감이 붙었고, 매출 실적도 상위권으로 진입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톱 세일즈맨 반열에 오른 나는 전국에서 최연소 매니저가 되는 영광까지 거머쥐었다.
내가 입사할 당시 여섯명의 동기가 있었지만 나를 제외한 모두가 1년도 안돼 중도 하차했다. 그렇게 세일즈를 해 온지 올해로 어언 30년이 다 돼간다.
그간 벌어놓은 돈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망한 경험도 여러번이다. 연전연패의 후유증이 남아있어 지금도 애면글면하지만, 주식도 바닥까지 내려오면 반등한다지 않는가
세일즈맨이란 자고로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팔며 아프리카에서 전기담요를 파는 직업이다. 그야말로 황무지에서 노다지를 캐내야만 하는 것이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힘든 시기다. 유학파와 박사급도 취업이 어렵긴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렇지만 맨땅에 헤딩한다는 각오와 열정으로 덤빈다면 그깟 취업의 관문쯤이야 문제없다는 게 나의 소신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맨땅에 헤딩하면 되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