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도적 세 명이 힘을 합쳐
한 무덤을 도굴하여 금을 훔쳤다.
저희들끼리 "오늘은 피곤한데다 돈도 많이 벌었으니
술 한 잔 해야 하지 않겠어?" 하였다.
그 중 한 명이 선뜻 일어나 술을 사러 가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늘이 내린 좋은 기회다!
금을 셋이 나누지 않고 내가 독차지할 수 있겠지.'
이윽고 그자가 술에 독약을 타 가지고 돌아오자,
남아 있던 도적 둘이 갑자기 달려들어 그를 때려죽였다.
그들은 먼저 술과 안주를 배불리 먹고
금을 둘이 나누려고 했지만
둘 다 무덤 옆에서 죽고 말았다.
아, 슬프도다.
이 금은 반드시 길가에 굴러다니다가
또 다시 누군가의 손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금이 남의 무덤에서 훔친 물건인지,
독약을 먹은 자들의 유물인지,
또 이 금 때문에 몇 천 몇 백 명이 독살되었는지는
감히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세상에는 돈을 좋아하지 않는 이가 없으니,
어인 까닭인가?
원컨대, 천하의 인사들은 돈이 있다 하여
꼭 기뻐할 일도 아니요,
없다고 하여 슬퍼할 일도 아니다.
오히려 아무런 까닭 없이 갑자기 돈이 굴러올 때는
천둥처럼 두려워하고 귀신처럼 무서워하며,
풀섶에서 뱀을 만난 듯 오싹하며 뒤로 물러서야 할 터이다.
『열하일기』
(연암 박지원 | 그린비)
* 박지원(朴趾源, 1737~1805) | 조선후기 실학자 겸 소설가.
이용후생의 실학을 강조했으며, 한문소설(漢文小說)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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