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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션인큐베이터 직원들은 회사 장애인 온라인 창업의 모범 사례가 되어 다른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게 꿈이다. 박진환 실장, 이찬우, 김완수, 이효권 팀장(왼쪽부터)
인터넷 쇼핑몰 ‘옥션인큐베이터’ /
서울시 당산동 모자빌딩 4층에 자리한 옥션인큐베이터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회사다. 직원수는 6명. 3평 남짓한 공간에서 복작대지만 목소리 한 번 높인 적이 없고, 자신이 얻은 노하우는 아낌없이 나누고 다른 이들이 못하는 일은 소리없이 대신 맡아서 해주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이들이 일하는 곳이다.
회사 이름을 함께 쓰지만 판매는 따로 한다. 어릴 때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김성수 대표와 유일한 비장애인인 박진환 실장은 여성용품, 생활잡화 등 다양한 상품을 판다.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국가대표 양궁선수 시절 세계 신기록을 세웠던 고희숙 팀장은 여성 의류를 주로 취급한다. 지체장애 1급인 이찬우 팀장은 옥매트, 물침대 등을, 월드컵 티셔츠로 대박을 꿈꾸는 이효권 영업1팀장은 주방용품을, 뇌병변 장애인인 김완수 팀장은 컴퓨터 주변기기를 주력 상품으로 팔고 있다.
이들은 비슷한 점이 많다. 지난해 5월 장애인고용촉진공단과 옥션이 함께 만든 장애인 창업스쿨 ‘나의 왼발’을 통해 만났다. 김 대표 등 직원들은 수강생으로, 판매실적과 고객만족도가 높아 옥션에서 ‘파워셀러’로 활동한 박 실장은 멘토였다.
창업스쿨서 만난 6명 의기 투합, ‘분업 + 협업’ 으로 고객 신회 확보
“다른 장애인들 자립 돕고 싶어”
옥션인큐베이터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박 실장이 냈다. 여럿이 함께 할 때의 시너지를 알기 때문이었다. 강좌를 수료한 뒤 창업한 이들은 그동안 상품 선택, 구매, 주문접수, 배송, 고객 응대까지 모든 일을 스스로 처리해야 했다.
지난 3월 곰두리복지재단이 사무실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회사를 만들었다. 당장 분업으로 모두 일이 크게 줄어들었다. 판매전략, 상품선택, 재고처분 등 주요 전략은 박 실장이 주로 맡고 있다. 김 대표는 거래처 확보 등 외부 영업을 주로한다. 이들이 없을 때 들어오는 주문처리와 포장은 다른 직원들이 도와준다. 컴퓨터 전문가인 김 팀장은 시스템 지원에 큰 힘이 되고 있다.
6명이 한 회사 이름으로 물건을 팔기 때문에 상품 종류도 많고 판매실적도 높아 초기 창업자들이 겪는 고객 신뢰도 확보라는 난제도 쉽게 극복했다. 판매실적에 대해서는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옥션인큐베이터의 기둥은 뭐니뭐니해도 꽃미남 박 실장이다. ‘나의 왼발’ 강좌에 멘토로 나섰던 ‘파워셀러’ 20명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사람이 그다. 자식에게도 잘 알려주지 않는다는 장사 노하우를 차근차근 각자 수준에 맞게 알려준다.
박 실장은 멘토로 일하기 전까지 월 매출 1억원을 올리던 말 그대로 ‘파워셀러’였다. 하지만 멘토로 일하며 속초, 부산, 경주 등 전국을 다니다보니 정작 자신의 사업은 곤두박질쳤다. 그의 도움을 받은 장애인 창업자는 지금까지 100여 명이나 된다.
“성취감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흐뭇한 마음이 들 때는 없었어요. 저는 아직 젊잖아요. 나중에 또 열심히 하면 되구요.”
‘온라인 거상’을 꿈꾸지만 이들은 그보다 더 큰 꿈이 있다. 자신들의 성공 노하우를 다른 장애인에게 알려줘 자립을 돕겠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지식은 나눠야 완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옥션(www.auction.co.kr)에 들어가 검색창에서 이 회사 이름을 치면 장애인들의 더 나은 삶이 다가온다.(02)2633-1597
“이 책에 비결 담겼답니다”
김완수씨가 뜻밖의 부탁을 한다. 책 소개를 해달라는 거다.
“책 많이 팔려야 해요.” 이효권씨가 거든다. “정말 헌신적인 선생님입니다. 자신이 아는 것 이상으로 알려주려고 애쓰시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이들이 말하는 책은 <행복을 파는 장사꾼>(바로에듀). 장애인 창업스쿨에서 강사로 일한 권오주씨가 엮었다.
이 책에는 장애인들이 겪은 어려움과 자립을 위한 도전, 그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인터넷 창업의 노하우 등이 모두 담겨 있다.
권씨의 말처럼 필자들은 성공을 이야기할 단계도 아닌 초보 판매자다. 하지만 권씨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에 적지 않은 의미를 둔다.
‘사회가 만든 울타리, 그리고 스스로 높게 세웠던 울타리를 훌훌 벗어나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참여코자 걸어간 그분들의 용기와 열정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지 않을까’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기사등록 : 2006-05-09 오후 03:52:00기사수정 : 2006-05-10 오전 02: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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