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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 대가리(머리)와 할아버지
작성자
토토로
작성일
2009-06-07
조회
5590

제가 사는 동네에 홀로 독신으로 사시는 외로운 미국인 이웃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저는 그 분을 “새들의 아버지”라 별명을 지어 드렸습니다.

이유인즉 그 할아버지는 항상 한 손에는 흰 장갑을 끼시고 또 다른 한손에는 보따리를 들고 계십니다.

그리고 아파트를 나서면 어떻게 어디서 알고 모여드는지 하늘 높이 기상을 뽐내며 배회하는 새들도, 나무 가지 그늘에 걸터앉아 한숨 쉬어가는 새들도, 땅 바닥에서 먹이를 찾느라 한눈 팔린 정신없는 새들까지 그 할아버지의 등장을 새들만의 감각으로 아는지 기다렸다는 듯이 동네 새들은 아마 다 모여드는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의 머리서부터 어깨, 그리고 전후좌우로 쭉 둘러싸듯 모여들어 할아버지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하듯 시선을 집중합니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흐믓한 미소와 함께 사랑하는 자식새끼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듯 보따리를 풀어 정성껏 먹이를 나눠 주므로 그들의 기대를 만족시켜 줍니다.

또한 새들은 할아버지를 향해 감사의 표시로 고개를 반복해서 끄덕거리며 먹이를 쪼아댑니다.

심지어 할아버지와 새들은 주고받듯 대화도 나누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적도 있었는데

정말 할아버지에겐 새들이 소중한 가족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어린시절 이북을 고향으로 두신 주위 어르신들로부터 야단치실 때 자주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새 대가리”라는 말입니다.

아마도 기억하기는 말뜻을 잘 못 알아듣거나 시키는 대로 일을 잘못했을 때에 사용하신 것으로 압니다.

즉 “너 참 머리가 나쁘다”라는 말 아니겠습니까?

처음에는 머리가 나쁜 거하고 새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느냐를 잘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저도 이 말에 의미를 이해할 때가 있었습니다.

가령 차를 몰고 가다가 갑자기 공중에서 새똥이 차창을 향해 정확히 투하되었다든지 아니 그 정도도 봐줄만한데 걸어가다 느닷없이 머리가 척척해 만져보니 새 분비물로 확인 됐을 때 느끼는 분노(?)랄까요.

아니 하필이면 그 많고 넓은 공중화장실을 두고 왜 아무 탈 없이 잘 자라주는 내 고상한 머리에 실례를 해서 거름을 주느냐구요.

정말 그때는 공중을 향해 “저런 새 대가리”란 말이 입 밖으로 무심코 튀어나오기도 했었습니다.

또한 운전을 하다보면 차량에 치어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새들도 종종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도대체 왜 뻥뻥 뚫린 새로(새 전용로)를 두고 혼잡한 차도로 달려들어 자살을 시도하는지 말입니다. 아마도 먹이에 눈이 멀어 그러지 않았나 생각됩니다만.

저는 차량이 많아 도로가 혼잡하여 교통체증이 있을 때 마다 하늘을 나는 새들은 얼마나 좋을까 하고 부러워 한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그러나 이웃집 할아버지와 새들의 관계와 교제를 보면서 한편으로 하나님과 우리 성도와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새 할아버지께서는 병드시고 거동이 불편하시면 새를 사랑하셔도 어쩔 수 없이 교제를 계속하실 수 없습니다.

또 언제 가는 안타깝지만 새 곁을 떠나셔야만 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새 대가리처럼 우둔하여 차도로 내려와 차량을 향해 돌진하는 것과 같이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면 교제는 단절되고 자칫하면 사망신고까지 해야 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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