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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Q와의 대화-스스로 개척하는 인생
작성자
이진
작성일
2009-05-26
조회
6638

Q: 제 나이, 벌써 25살입니다.그런데 이 나이가 되도록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될지, 대학은 졸업했는데 공부를 더 해야 하나, 취직을 해야 하나, 취직을 하면 어디에 해야 될지,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2-3년 전, 어느 곳에 취직을 했는데, 불과 3개월만에 그만둑 말았습니다.도저히 회사에서 적응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그후로 몇 번이고 회사에 취직을 했었는데 그냥 사표를 쓰고 나오고야 말았습니다.

회사라는 꽉 매여진 틀을 도저히 견딜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그때마다 저의 어머니께서 모든 일을 다 해결해 주곤 했습니다.

또한 남자를 사귈 때도 이 남자하고 어떻게 교제를 해야 할지,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그러다 보니까 이성교제도 오래 가지 못하고 맙니다.내가 왜 이럴까요? 매사에 자신도 없고 소신도 없는 제가 너무 싫습니다.

A: 상담을 요청한 Q는 얼굴은 곱상하게 생겼는데 차림새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머리도 빗지 않고, 화장기도 없었다.한 마디로 무기력해보였고, 그저 그럭저럭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러한 사람 같았다.

어떤 내용을 상담하고자 하느냐는 질문에 자매는 매사에 스스로 뭔가 결정하지를 못하고, 그러다보니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을 했다.이 경우 대부분이 성장과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그래서 바로 이 Q의 가계도를 중심으로 어떠한 배경이 있는지를 알아 보았다.

원인은 쉽게 진단할 수 있었다.Q는 위로 언니와 오빠가 있는 3 남매의 막내였다.거기에다가 엄마는 아주 열성적인, 지극히도 자녀를 감싸고 돌보는 집요하면서도 소유욕이 강한, 더불어 책임감과 의무감까지도 강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어렸을 때부터 자녀들의 일거수일투족, 특별히 막내인 Q에게는 유난히 더 심할 정도로 모든 것을 대신해 주었다.

"이것 해라.이것은 하지 말아라!"등의 명령으로 교육했고, Q의 경우는 엄마가 그렇게 시키는 대로만 하면 "우리 딸 착하다!"는 말을 듣곤 했다.

심지어 옷을 입을 때도 엄마가 골라주는 색깔과 디자인을 입어야만 되는, 그래서 모든 결정을 엄마가 대신해 주는, 엄마 위주의 삶을 살아 온 것이다.공부하는 것도 그렇고 만사가 이런 식이었다.

한국의 어머니들, 자식 잘되는 것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자식의 성공이 곧 자신의 성공이라고 믿는 대단한 모성애, 이러한 전형적인 Big Mama의 모습이었다.이러한 경우 어머니가 있을 때는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고, 또 웬만한 일은 어머니가 다 해주면 되니까 자신은 할 일이 없다.

상당히 편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또 소위 말하는 '귀하게 큰 자식'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문제는 그러한 편협하고도 집요한 모성애가 생각이나 가치관까지 지배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자녀의 삶까지도 리보콘에 의한 수동적 삶을 강요한다는 것이다.이러한 배경에서 양육된 아이들은 스스로의 갈 길을 결정하지도 못하고, 뭔가 선택의 순간에는 아무 결단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게 된다.그리고 뭔가를 선택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한다.

또 어떠한 결정을 내렸더라도 그 결정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이 없기 때문에 뭔가를 진행하면서도 불안해 하고 결국은 그 길을 쉽게 포기해 버리고야 만다.

Q 또한 그러했다.갑자기 상담공부를 하고 싶어서 한 학기 정도 공부를 했는데, 재미는 있었지만 자기 적성에 맞는지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고 한다.결국은 상담 공부도 그만두게 되었다.

편입시험을 볼 때에도, 면접관이 "요즘 미혼모들이 증가가 눈에 띄는데 여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고 질문을 했었는데, Q는 그 질문을 받는 순간,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막막하기만 하다라는 것이다.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얼굴만 빨개져서 나와버렸다고 하는 것이다.

이 세상의 흐름이나 사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결과이다.뭔가 생각을 해보고, 고민도 하며, 부딪치기도 해 봐야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정립되는 법인데 그러한 훈련을 전혀 하지 못한 온실 속의 예쁜 꽃이라서 세상이라는 험난한 항해를 도저히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러하 스타일의 사람들은 책을 사도 끝까지 읽지를 못한다.마음은 수시로 먹지만 한번도 제대로 끝까지 읽어본 적이 없었다.잘해야 20-30페이지였다.

마음먹은 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깊은 좌절감, 자신에 대한 비난, 자포자기에 빠져들게 되고, 왜 자신이 이러는지 도대체 모르겠다며 한숨만 쉬는 이 자매.

상담을 진행하면서, Q가 자신감을 회복하고 인생에 있어 방향성을 회복하는데 첫 번째 목적을 두었다.우선 자신을 스스로 워낙 부정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기에 자신이 생각하는 장점과 잘하는 점들을 찾아보라고 했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Q가 생각해보면 '그래도 몇 가지는 있을 것 같아요' 라고 말하더니 그림을 잘 그리는 것, 피아노를 제법 치는 것, 예능 쪽에 재능이 좀 있는 것 등이 자신의 장점이라고 말을 했다.

내친 김에 자신의 좋은 점을 자신의 나이 수만큼 다음 상담까지 찾아오도록 했다.또 하나,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직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Q는 유치원 선생님이 가장 알맞다고 생각해서 한번 해 보았는데, 엄마들 상담해 주는 것도 잘 안되고 아이들을 보살피는 것도 잘 안되어 결국은 포기하고 말았다는 것이다.그러면서도 상당한 미련을 가지고 있었다.인간관계를 스스로 만들어가지 못하는 이 Q의 아픔을 읽을 수 있었다.

인생이라는 것은 선택의 연속이고 계속되는 결단과 인내, 그리고 도전이 필요하다.그리고 뭔가를 해야 하는 때에는 내가 하기 싫고, 자신이 없다 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도전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그런데 Q는 그 순간마다 그냥 주저앉고 만 것이다.그러면서 또 그러한 자신이 미워지는것이다.

그래서 Q에게 많은 권면을 했다.자신은 자기가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직장도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때려치우고 나온다면 그것은 또 다른 실패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오히려 갈등이 있을 때마다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책도 사면 자신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끝까지 읽어보려고 애를 써야 한다.이것은 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깨닫고 내가 이 책을 무조건 다 읽어야만 인생이라는 항해를 제대로 해 나갈 수 있다는 비장함이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삶의 비전과 목표를 가져야 한다.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그 목표에 도전해야 하는 것이다.

상담을 마무리해가면서 Q에게 몇 가지 숙제를 주었다.우선 인생의 목표를 진지하게 생각해서 정한 다음 그 분야에 대한 얇은 책이라도 끝까지 읽어보도록 했다.

더불어 Q에게 몇 가지 당부를 했다."이제는 뭔가 목표를 정하면 그 목표를 달성하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이제까지는 내가 선택하기 전에 엄마가 뭐든지 다 선택해 주었는데, 지금부터라도 내가 결정하고, 한번 정했으면 끝까지 해보려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 것을 일기장에 기록하라.날이 갈수록 자신이 해낸 일들의 목록이 늘어날 것이다.그와 비례해서 자매의 삶도 자신감이 넘치기 시작할 것이다.오늘부터 그 숙제를 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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