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우리반에 이상한 냄새를 풍기는 녀석이 있었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여드름 투성이인 그 친구는 늘 외톨이었다.
옷도 유행에 뒤쳐진 단벌뿐인 그에게서 나는 역겨운 냄새를 아이들은 무척 싫어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내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나는 그를 구박하고 메스꺼운 표정을 지으며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티를 냈다.
그래도 항상 밝은 얼굴로 나를 대하던 그는 지각이 잦아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고 했는데 그때마다 우리는 "더러운 놈, 냄새풍기지 말고 아무도 없을 때 좀 일찍일찍 다니면 안 되냐?"고 면박을 주었다.
뉴스에서 불볕더위라는 말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어느 날이었다.
여름방학이었지만 고입시험을 앞둔 우리는 보충수업을 받았는데 그날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다
나는 허둥지둥 엄마 차를 얻어타고 학교 근처에 내려서 학교를 향해 언덕길을 뛰어 올랐다.
헉헉거리며 급히 뛰어가고 있는데 저만치에서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수레를 끌고 있었다.
그뒤에는 내 또래의 한 아이가 냄새나는 수레를 묵묵히 밀고 있었다.
"또 지각이잖아. 그만 가래도" "아니에요. 십오분밖에 안 늦었어요.마저 끝내놓고 가도 괜찮아요"
그순간 나는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바로 냄새나는 아이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멍하니 서있는 나를 본 그가 멋쩍은 듯 말했다."우리 아버지야" 그는 나를 향해 싱긋 웃어 보이고는 계속해서 수레를 밀었다.
그날 나는 지각한 벌로 매를 맞았는데도 왠지 흐뭇했다.
그뒤로 나는 그의 냄새를 싫어하지 않았다.아마 앞으로 냄새나는 그 아이의 미소를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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