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터울인 오빠와 나는 다른 집 남매들보다 유난히 사이가 좋다.
우리는 집이 시골이라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자취를 했는데,
오빠와 살다 보니 자연스레 부엌일과 빨래는 늘 내 몫이었다.
그것이 가끔은 짜증나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칠년 전 내 생일날을 떠올리며 살며시 미소짓는다.
몹시 추웠던 그날, 이른 새벽부터 밖에서 두런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려 잠을 깼다. 가만히 들
어보니 주인 아주머니와 오빠의 목소리였다.
"아주머니, 미역국은 어떻게 끓여야 합니까?"
"아니, 자네가 그걸 왜 물어? 동생이 어디 갔나?"
"아니 저, 그게 아니라..."
원래 아침 당번은 나인데 그날 아침 오빠는 나보다 먼저 일어나 주인 아주머니에미역국 끓
이는 방법을 자세히 듣고 있었다.
"참 미역국에는 꼭 조선 간장을 넣어야 한다네. 그래야 제 맛이 나지."
"아 예, 그런데 아주머니, 간장이 없는데 조금만 빌려 주시겠어요?"
"그래? 그러지 뭐. 잠깐 기다려요."
그때 나는 이미 잠에서 깨 있었지만 왠지 일어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계속 이불 속에
누워 자는 척했다.
잠시 뒤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느새 오빠가 아침상을 들여왔다.
"순남아. 일어나 어서 미역국 먹어. 생일 축하한다."
그날 아침 나는 오빠가 끓여 준 미역국을 맛있게 먹었다. 가난한 대학생이던 오빠가 비록
쇠고기 대신 계란을 풀어서 끓인 미역국이었지만
그 맛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출처 : 김순남님/ 광주시 남구 방림동-"좋은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