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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제 저격수의 고백(1)
작성자
GG7
작성일
2009-05-25
조회
6696

1971년부터 10년동안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콜롬비아, 파나마, 에콰도르에서 경제 저격수로 일했던 존 퍼킨스(John Perkins)의 양심적 고백수기 '경제 저격수의 고백'(Confessions of an Economic Hit Man)엔 베일에 감춰두고 싶은 비밀스런 내용이 가득하다.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국제 비즈니스맨, 민간 컨설팅회사 메인(Main)의 에이전트로 세계를 누비며 정부 지도자, 경제부 담당자들에게 경제 컨설팅을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그는 미 국가안전보장국(NSA)에서 훈련받은 고도의 경제저격수이다. 미국의 세계화, 거대화, 국익을 위해 최전방에서 일하는 비밀요원이다.

세상에 치부가 드러날까봐 그동안 협박과 뇌물 공세로 퍼킨스의 입을 막아왔지만 2001년 9.11 사태와 이라크 침공을 보면서 경제저격수로 경험했던 막후의 무시무시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슈퍼 강대국 미국이 이슬람권, 라틴아메리카, 제3세계를 무력침공이 아닌 경제 식민지화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는 책 곳곳엔, 국익을 위해서라면 비밀 암살자 자칼까지 동원하여 거침돌을 가차없이 제거하는 대담함도 적고 있다. 기업정치(Corporatocracy)에 능통한 벡텔, 엘론, 메인, 석유회사 등 다국적 기업은 미국 정부에 업혀 가난한 나라에 진출하고, 이어서 자원과 부를 흡혈귀처럼 빨아들인 후 경제 속국으로 삼는 패턴을 갖는다.

첫단추는 경제저격수가 경제 성장률을 부풀려 예측하는 것으로 꿴다. 거기에 맞춰 그럴듯한 기간산업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이어서 미국의 차관을 도입하도록 정∙경제계 관료들을 매수한다. 그리고 차관을 얻는 주요 조건으로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 전기, 도로, 항만, 발전소, 공항, 고속도로 건설 등을 도맡아 하도록 계약을 체결한다.

그 결과로 차관 대부분은 다시 미 기업으로 돌아온다. 기업과 소수의 매수당한 관료들의 주머니는 엄청나게 두둑해지지만 백성들은 더 가난하고 국가의 외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간다. 이미 부채라는 덫에 사로잡힌 속국들은 U.N에서 친미 거수기 역할과 미군 기지화, 석유, 우라늄 같은 주요 부존자원들의 충성스런 공급기지로 전락하고 만다.

에쿠아도르 안데스 산맥너머 아마존 정글에 사는 아오라니 인디오 부락에서 원유가 발견된 것이 1972년이다. 남미에서 손꼽히는 빈국 에콰도르는 바나나 생산국에서 미국에 석유를 공급하는 10대 산유국이 되면 고도의 경제성장이 따라오고 의식주의 혁신적인 변화가 있겠거니 꿈에 부풀었다. 수십년 동안 원유를 캐어 미국과 라틴 아메리카로 수출했지만 에콰도르 국가 경제는 바닥을 치고 있다.

지구의 허파로 불려지는 아마존을 훼손시키며 끌어올린 원유 100달러 어치, 그중 75달러는 미국의 스탠다드 오일(존 록펠러 회장), 쉘, 텍사코, 쉐브론같은 대형 석유회사 손으로 들어간다. 나머지 25달러 중에서도 15달러는 외채를 갚는데 나눠지고, 10달러가 고작 적도의 빈국에 수입으로 들어온다. 보금자리 아마존 정글을 석유회사에게 송두리째 빼앗기고 방랑하는 인디오, 도시빈민들을 위해 교육, 보건복지를 위해 사용되는 돈은 고작 2달러 50센트에 불과하다.

원유 채굴 이전 에쿠아도르의 누적 외채는 2억 4천만 달러, 지금은 무려 160억 달러로 늘었다. 빈곤선이 50%였다가 70%로 빠르게 급상승하고 있다. 실업률은 15% 에서 70%로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고, IMF를 통해 66억달러가 긴급 수혈되었지만 중과부족. 급기야 외채 채무불이행 국가로 전락하면서 자국의 화폐 수끄레는 폐지되고 미국 달러화를 사용하고 있다. 빈국의 선량한 소시민들은 하이메 롤도스(Jaime Roldos) 대통령이 헬기 폭파로 공중에서 산화되기까지 경제저격수의 비밀공작을 까마득하게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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