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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쿠바 아리랑
작성자
리조이스
작성일
2009-05-25
조회
7735

플로리다주 마이에미 최남단 키웨스트에서 불과 145Km 떨어져 있는 카리브의 진주 쿠바 아바나는 맑은날 어렴풋이 윤곽을 볼 수 있는 지척의 나라다. 세계적인 문호 훼밍웨이가 자살하기전 즐겨찾았던 아바나(Habana)는 퇴폐적 관능이 묻어나는 허리 아래의 춤 살사(salsa)와 과히라(guajira) 음악이 넘쳐나던 낭만적인 도시였다.

현란한 기타 소리, 신들린듯이 두드려대는 피아노 소리, 흐느끼는 듯한 트럼펫과 퍼쿠션이 어우러지는 부에나 비스따(Buena Vista)의 찬찬(Chan Chan), 호에 다씬(Joe Dassin) 과 나나 무스끄리(Nana Mouskouri)가 카리브해의 시원한 무역풍처럼 호흡을 맞춘 관따나메라 과히라(Guantanamera Guajira)는 세계 곳곳에서 애창되는 쿠바 아리랑으로 손색이없다.

부패한 바띠스따 정권을 혁명으로 몰아내고 쿠바노들에게 자유와 번영을 선사하겠다고

게릴라 혁명을 일으킨 것이 1959년. 피델 까스뜨로(Pidel Castro)와 그의 동생 라울 까스뜨로, 그리고 살아있는 게릴라의 전설 체 게바라와 뜻을 같이한 81명은 정권을 거머쥐고 공산국가를 창립했는데 어언 50년전 일이다.

구척장신 피델이 평생 즐겨 입었던 옷은 카키색 군복이었다. 얼굴을 절반이상 가린 덥수룩한 구렛나루에 두툼한 아바나 시가를 물고, 원고없이 청중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쿠바노들은 몸과 영혼을 의탁했다.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겸 군 최고사령관직에 오른 피델은 쿠바를 당장 유토피아로 만드는 듯 했다.

피를 나눈 혁명동지 체 게바라가 "승리할 때까지(Hasta la Victoria Siempre)" 계속하여 투쟁하자며 1965년 아프리카와 남미 볼리비아 공산화를 위해 쿠바를 떠나자 그의 권좌는 더욱 견고해졌다. 라울(76세)을 국방장관에 앉히고, 장장 49년간 쿠바를 폐쇄적 공산 전제국가로 이끌었던 피델(81세)은 세계 최장기 집권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그가 사회주의 이상에 사로잡혀 한세상을 풍미하던사이 세상은 많이 변했다. 쿠바의 든든한 이념적, 경제적 후원자였던 공산주의 종주국 구소련은 무너졌고, 미국에선 아이젠하워부터 조지 W 부시까지 10명의 대통령이 백악관을 거쳐갔다.

그의 집권기간 내내 끊이지 않았던 미국 CIA의 638회나 되는 암살기도, 1962년 소련 핵미사일 기지 건립을 두고 미-소 핵전쟁의 발화점으로 번질뻔했던 아찔한 상황, 경제압박을 피해 망망대해로 몸을 던진 보트피플 쿠바노의 탈출 러쉬, 그리고 평생을 반미투쟁의 선봉에 섰던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에도 종말은 서서히 오고 있다.

영원할것 같았던 무소불위 최고 권력도 세월앞에 녹이 스는가? 2006년 장출혈로 갑작스럽게 수술을 받고 19개월째 와병중에 있는 그의 최근 병상의 모습은 서리맞은 푸성귀처럼 후줄근하다.

쿠바 '제2의 국가' 같고, 쿠바노의 영혼의 아리랑같은 관따나메라 과히라는 (Guantanamera gujira 관따나모의 시골여인이여)는 쿠바 독립과 건국 영웅 호세 마르띠(Jose Marti)가 뉴욕에서 출판한 시집 '소박한 시'(Vesons Sencillos)라는 장편시에 과히라 가수로서 명성있는 호세이또 페르난데스가 곡을 붙힌 노래다.

Yo soy un hombre sincero de donde crece la palma (나는 야자수가 자라는 마을 출신으로 진실한 사람이라오), Y antes de morirme quiero echar mis versos del alma(그리고 내가 죽기전에 나는 내영혼의 시를 쓰고 싶어요) 관따나모 아가씨 과히라를 노래해요….

"나의 유일한 소망은 사상의 전투에서 한명의 병사로서 싸우는 것"이라며 퇴임 소회를 전하는 그와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슬픈 아리랑을 계속 불러야만하는 쿠바노들이 가엾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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