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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남미를 덮는 전쟁의 먹구름
작성자
종달새
작성일
2009-05-24
조회
6643

남미의 첫 관문인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쿠아도르 삼국은 해방자 시몬 볼리바르가 스페인 식민지배하에서 그란 콜롬비아(Gran Colombia)란 이름으로 독립시킨 공화국이다. 그런 이유로 세 형제국의 국기 모양이 같다. 노랑, 파랑, 빨강 삼색이 같고, 배열 순서가 같은데 콜롬비아는 세줄 띠외에 다른 장식이없는 반면 에쿠아도르 국기 중간엔 에스꾸도가 그려있고, 베네수엘라 국기엔 8개의 작은별이 무지개처럼 둥글게 그려있다.

19세기 라틴아메리카 통합의 꿈을 갖고 있었던 시몬 볼리바르(Simon Bolivar)는 1821년 통합의 첫 걸음으로 베네수엘라, 에쿠아도르, 누에바 그라나다(현 콜롬비아)를 묶어 그란 콜롬비아 공화국을 건립한다. 시몬 볼리바르는 내친김에 그란 콜롬비아 밑자락 페루와 볼리비아 독립까지 이루고 이상적 공화국에 대한 꿈을 점차 확대시켜 나갔다.

그란 콜롬비아 공화국의 절대 군주를 꿈꾸는 해방자(Libertador 리베르따도르) 시몬 볼리바르와 그의 추종자들이 영구 집권 야욕을 드러내자 정치적 야망을 가진 군벌세력 까우디요들이 잠잠할리가 없었다. 베네수엘라 지역의 까우디요 빠에스의 반발이 특심하여 1829년 그란 콜롬비아로부터 독립하고 베네수엘라 대통령 권좌를 차지한다.

이미 1827년에는 콜롬비아인들에 의해 통치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페루의 까우디요 라 마르 장군이 페루의 대통령으로 추대되면서 분리 독립하였고, 연이어 에쿠아도르가, 볼리비아는 수끄레가 대통령이 되면서 독립하였다. 이렇게해서 1830년 시몬 볼리바르의 라틴아메리카 통합의 첫 시도인 그란 콜롬비아 공화국의 꿈은 산산 조각 나고 말았다.

시몬 볼리바르는 비교적 젊은 나이(46세)에 의미심장한 유언을 남기고 요절했다. "우리가 행복해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결단코…" 이후 형제 국가들끼리의 피 튀기는 영토 전쟁이 벌어졌고, 중남미 국가 상호간 서로 물고먹는 갈등이 고조됐다. 갈기갈기 찢겨지는 라틴아메리카의 불행한 미래를 마치 꿰뚫어 보고 말한 것처럼 적중한 그의 혜안이 섬뜩할정도다.

미국처럼 거대한 나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그란 콜롬비아 공화국이 속절없이 와해된

원인은 무엇일까. 통합 라틴아메리카 공화국의 이상을 영구 집권 야욕으로 변질시킨 시몬 볼리바르와 측근들의 지나친 욕심때문이다. 지역 군벌인 까우디요들의 정치적 야망 또한 너무 강했다. 그리고 남미의 백두대간 같은 안데스 산맥이 너무 높고 험난해서 동서남북간 교류를 난마처럼 방해했기 때문이다.

얼마전 미국 네바다 주 크기만한 적도의 나라 에쿠아도르가 콜롬비아를 상대로 선전포고를하여 전 세계를 아연 긴장하게 만들었다. 수십년간 콜롬비아 정부를 향해 무정부 게릴라 전쟁을 벌이고 있는 무장혁명단(FARC, Fuerzas Armadas Revolucionarias de Colombia)의 활동에 골머리를 앓던 콜롬비아 정부군은 미 정보국의 극비 정보에 힘입어 제2인자 라울 레예스와 16명을 정밀 타격하여 살해했다.

에쿠아도르 라파엘 꼬레아 대통령은 자국 영토를 함부로 침범하고 버젓이 학살을 자행한 콜롬비아가 형제국이 아닌 원수국 같아 불편했다. 급기야 국교를 단절하고 병력과 탱크를 국경으로 옮겨 제대로 한번 붙자고 씩씩댄 것이다.

에쿠아도르의 인계철선(trip wire)격인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역시 9000여명의 병력과 탱크를 국경으로 이동시켜 압박했고, 미주기구(OAS)에 콜롬비아의 만행을 고소했다. 하마터면 라틴아메리카에 친미, 반미 그룹간 거대 전쟁으로 번질뻔했던 위기상황이 가까스로 진정되어 천만다행이다.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전쟁의 소문마저 흉흉해선지 정신없이 새봄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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