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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캠퍼스 울린 부모님들 편지
작성자
오사카시민
작성일
2009-05-18
조회
6815

"넉넉치 못한 부모 만나 늘 '알바' 하는 우리 딸에게…"


"엄마는 널 생각하면 가슴이 저리다. 넉넉한 부모 만나지 못해 중학교 때부터 '알바'하고 제대로 대학생활도 못 누리고…. 네가 대학을 마칠 때까지 엄마가 건강해서 도움이 돼야 하는데 요즘은 몸이 아파서 일도 못해 무척 초조하단다. 그래도 엄만 널 생각하며 빨리 몸을 추스르려 하니까 너무 걱정 말아라."

15일 오후 2시 경기도 수원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학술정보관. 박기화(55) 학술정보지원팀장이 봄 축제(5월 18~21일) 기간을 앞두고 학부모 1100여명이 자식들에게 전달해달라며 학교측에 보내온 편지를 정리하고 있었다. 주정현(여·50)씨가 딸 이소영(21·컴퓨터공학과)씨에게 보낸 편지를 읽던 박 팀장은 "나도 두 딸을 대학 졸업시킨 아버지"라며 "눈물이 나는 편지가 참 많다"고 했다.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는 봄 축제를 앞둔 지난달 말, '자식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달라'는 공문을 작성해 반송용 우편봉투와 함께 학부모들에게 보냈다. 김현수(56) 부총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지난달 하순 총학생회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학부모들이 추천도서 목록에서 1권을 골라 편지 끝에 적어 보내면, 학교측이 부모가 지정한 책을 구입해서 편지와 함께 자녀에게 전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김덕영(24·기계공학) 총학생회장은 "부모와 자녀가 글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전체 소요 예산은 책값(3000만원)과 우편물 배송비 등 총 3500만원. 학교측이 1500만원을 댔다. 총학생회가 나머지 2000만원을 만들었다. 축제 기간 중 연예인 초청 비용을 줄여 마련한 1000만원에다 하반기 예산 중 일부를 보탰다.



교직원 12명과 아르바이트생 18명이 지난달 30일부터 공문과 편지지, 추천 도서 목록을 담은 우편물 5450통을 학부모들에게 발송했다. 지난 4일 오후 5시, 첫 답신이 학교측에 배달됐다. 이강녕(20·물리학과)씨의 어머니 장유순(48)씨가 쓴 편지였다. 이씨의 아버지는 5년 전 위암 수술을 받고 식도까지 잘라내 몸무게가 90㎏에서 53㎏으로 줄었다고 한다.

"2.7㎏이던 아기가 엄마보다도 훌쩍 커버렸구나. 이름만 불러도 자랑스러운 내 아들. 투병 중인 아빠도 너를 위해 용기를 잃지 않고 건강해지려고 노력하시는 것 알고 있지?"

웃음이 터지는 편지도 많았다. 안상준(20·전자전기컴퓨터 계열)씨의 어머니 백은숙(44)씨는 평소 자신이 읽고 싶어했던 영국 작가 도리스 레싱의 소설 '황금 노트북'을 아들을 위한 추천도서로 적어 보냈다. "너 어버이날 선물 분명히 안 줄 거잖아. 선물 주는 대신 책을 다 읽어줘. 네가 안 준 어버이날 선물은 네 첫 월급에서 깔게."

학교측은 우편물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축제 당일까지 비밀을 지키라"고 신신당부했다.

학교측은 18일 아침 '부모가 보낸 편지와 책을 찾아가라'는 문자 메시지를 해당 학생들의 휴대전화에 보낼 계획이다. 학생들은 축제기간에 교정에 마련된 부스에서 편지와 책을 받는다. 답장과 독후감을 올릴 수 있는 사이트(http://letter.skku.edu )도 개설된다.

박기화 팀장은 "부모들이 보내온 편지를 읽다 보니 공통점이 있었다"고 했다. "자식이 몇 학년이건, 유쾌한 내용이건 가슴 찡한 내용이건, 부모는 다들 자녀들이 갓난아이였던 시절을 회상하더군요. 자식이 아무리 커도 부모 마음엔 어린 시절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뜻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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