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匠石)이라는 목수가 제(齊)나라에 갔다
그는 마침 길가의 사당에 있는 거대한 나무를 보게 되었다
그 크기는 소떼를 뒤덮을 정도였으며
줄기의 둘레가 백 아름은 되었고 높이는 산을 굽어 보았다
그곳은 이 나무를 보려는 구경꾼들이 몰려들어서
시장처럼 북적거였다
그러나 장석은 돌아보지도 않고 걸음을 재촉 할 뿐이었는데
동행하던 제자는 실컷 구경을 하고 나서
장석을 뒤쫓아 가 말했다
"제가 도끼를 손에 잡고 선생님을 따른 이후
이와같은 큰 목재는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쳐다보지도 않으시니
무슨 까닭입니까?"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아라
'저것은 아무런 쓸모도 없는 나무이니라
저 나무로 배를 만들어보았자 가라앉을 것이고
관을 만들어보았자 곧 썩을 것이다
가구를 만들어도 금방 깨질 것이다'
문을 만들어도 진이 흐를 것이다
기둥을 만들어도 벌레 먹을 것이니
아무 취할 것이 없는 나무다.
이를 어떻게 아는가?
저 나무는 아무 소용에도 닿지 않는 까닭에
저렇게 오래 산 것이다.
장석의 제자는
왜 나무를 보고 감탄했는가?
그 나무의 크기만을 보았기 때문이다
장석은 왜 그 나무를 가치없다고 했는가?
그 나무가 오래 살게 된 원인을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사물을 판단하는가?
아름다움의 뒤에는 추함이 있을지도 모른다
위대함의 뒤에는 비겁함이 있을지도 모른다
풍요의 뒤에는 가난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들의 역이 성립될 지도 모른다
출처/청산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