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95km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는 거리가 바로 마라톤이란 거리입니다.
이런 인간의 한계에 도전해 보기 위해서 추위가 가시기도 전 아직 쌀쌀한 바람이 맴도는 초봄에 마라톤에 도전했을 때의 일입니다.
아직 꾀나 찬 바람에 도전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꺼라고 생각했던 예상과는 달리 마라톤의 집합 장소였던 여의도공원엔 사람들이 가득했고, 응원나온듯한 가족도 보였습니다.
마라톤을 하려는 선수들의 모습도 각양 각색이었습니다.
타이즈를 입고 TV에서나 보던 마라톤 선수처럼 옷을 입고 나온 사람도 있었고, 동네에서 가볍게 뛰는 조깅복장을 하고 나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연령도 굉장히 다양해서 아빠의 손을 잡고 뭔도 모르고 나온 아이에서 부터 백발이 하얗게 쇠어 버린 할아버지까지 다양했습니다.
그런 복잡함속에서도 어느덧 시간은 흘러 드디어 기다리던 경기 시간...
안내 요원의 말에 따라서 출발선 앞에 섰는데 복장이 특이한 여러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난히 특히한 모습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사람은 검은 썬글라스를 끼고 짧은 반바지에 티를 입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사람보다 나이가 조금 있어 보이는 분이었는데 다른 모습은 다 똑같았는데 두 사람의 손에 빨랫줄로 줄이 묶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같이 완주를 하려고 저렇게 묶었나 보다'하고 생각하고 출발선에 무심코 섯고...출발 신호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함성과 함께 출발을 했습니다.
그리고 2시간이 넘어 서면서 부터 벌써 출발선을 끊는 사람이 있었고, 나는 그 중에서 도 처음 도전을 해서 그런지 거의 5시간에 가까운 시간으로 결승선을 통과 했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들어 오는 사람들을 지켜 보고 있는데 처음 출발선 상에서 보았던 그 특이한 모습의 두 사람이 들어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두사람이 들어 오는 것을 본 안내 요원의 방송에 저는 입을 다물수가 없었습니다.
"네 시각장애자인 ㅇㅇㅇ씨와 안내자 ㅇㅇㅇ씨가 결승선을 통과 하고 있습니다."하는 짧은 방송이었습니다.
그 순간 결승선에서 대기 하고 있었던 기자들이 그 두사람을 향해서 일제히 달려 갔고 검은 썬글라스를 썼던 선수주위에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한 기자가 물었습니다.
"아니 보통 정상인도 하기 힘든 운동인데 어떻게 시각 장애인이면서 이 마라톤에 도전하게 됐습니까?"
그러자 그 시각 장애인 마라톤 선수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말을 이었습니다.
" 네...저는 장애인 입니다. 그것도 앞을 못보는 시각 장애인 입니다.
장애인 이라는 이유로 마라톤에 여러번 도전하려고 했지만 주최측에 반대로 이제서야 마라톤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왜 마라톤에 도전하게 됐냐고 물으셨죠?
전 그냥 보통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냥 장애인으로서가 아닌 그냥 보통사람처럼 나를, 아니 장애인을 봐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마라톤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하 하 하 (웃음)그런데 보통 사람되는것이 쉬운 일은 아니네요....^^"
하면서 그 시각 장애인 마라톤 선수는 웃음으로 답변을 마쳤습니다.
지금까지의 나를 되돌아 보면 "장애인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괜시리 불편해지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나도 어쩌면 장애인을 그냥 우리 사회의 한 사람으로 보지 못하는 마음의 눈이 멀어버린 장애인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고개를 들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의 기자들도 더이상의 질문 대신에 그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보통사람'에게 아낍없이 박수를 보내 주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