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터울의 언니가 있습니다. 자타공인 가장 친한 친구지요. 언니와 있으면 혼자 있는 것처럼, 편한 옷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럽습니다. 너무 가까워 가끔은 언니가 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려요. 이런 기분 아실까요.
생각 많고 생각 없던 고등학교 시절, '언니의 초상'이라는 시를 쓴 적 있습니다. 그 시를 쓰면서 한참 울었습니다. 나중에 몰래 꺼내 볼 때도 늘 울었지요.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내용은 대강 이랬습니다. 언니는 장녀로서 늘 거친 길을 먼저 묵묵히 걸어간다. 난 늘 언니의 발자국을 따라 쉽게 그 길을 간다. 더없이 맑고 착한, 그래서 더 힘들었을 언니는 내게 늘 마음의 빚이었습니다.
아직도 기억납니다. 언니가 초등학교에 처음 다녀온 날, 유치원에 다니던 난 “학교는 도대체 어떤 곳이야?”라고 물었고, 어린 언니는 더 어린 내 눈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며 자기가 보고 들은 걸 열심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 뒤 중학교에 들어갈 때도 그랬고, 수능을 볼 때도 그랬고, 대학에 지원할 때도 그랬습니다. 난 언제나 쉽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데야? 난 뭘 해야 돼?” 그러면 언니는 사실 자기도 잘 모르면서, 사실 자기도 누구에게 물어보고 싶으면서, 그런 티 하나도 내지 않고 얘기했습니다. 난 쉽게 언니에게 기댔지만, 언니는 그런 나를 버텨야 했기에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두고두고 기억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언니가 수능 시험을 보는 날 아침, 언니 외투 속에 몰래 만든 나만의 부적을 꼬깃꼬깃 접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엄마와 하루 종일 시험장 앞에서 기다렸지요. 어느새 해가 어스름 지고, 친구들과 걸어 나오는 언니가 보였습니다. “언니! 언니!” 난 미친 듯이 뛰어가 언니 품에 안겨 울었습니다. 아니, 통곡했습니다. 모두가 어리둥절했지만 언니는 말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미안해. 늘 먼저 겪게 해서…. 동생이라 미안해.' 말로는 채 전하지 못한 내 마음을, 언니는 다 알았을 테니까요.
글 《좋은생각》 안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