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영원케 하는 것은
한잔의 차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이른 아침 약수터를 다녀오면
따끈한 커피 한잔이 그리워진다. 편안한 자리에 앉아서 그 짙은
커피 향기를 코로 깊이 마시고 싶어진다.
햇볕 좋은 봄날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또는 오랜만에 좋아하는
선후배나 친구를 만날 때, 옛 우정을 되새김질하듯 은은한 녹차를
마시고 싶어진다.
들릴 듯 말 듯 음악이 깔리고 조용하고 한갓진 정갈한 찻집 창가에
앉아서, 티없이 맑고 정갈한 찻잔에 은은히 우러나는 녹차의 고운
빛깔을 눈으로 마시며, 그윽한 향기를 코로 마시며, 그리고 입으로는
정작 차맛을 감미롭게 음미하고 싶어진다.
... ...
이따금 엽서를 쓰고 싶은 때가 있다. 군더더기 잔소리를 다 빼어
버리고, 간절한 마음을 몇 줄로 담은 엽서를 띄우고 싶은 때가 있다.
하루 일을 끝내고 퇴근을 기다리는 저녁때나, 비 오는 늦은 오후,
까치 우는 아침나절, 바람 부는 어느 시각에는 불현듯 몇 줄의 글을
담아 바람편에 띄워 보내고 싶어진다.
그리고는 시야에서 아득히 사라져가는 내 마음 한조각이 어느
누구에게 전해질 거라는 이상한 기적을 믿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