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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이가 만들어낸 따뜻한 바이러스
작성자
바이러스
작성일
2010-05-12
조회
10102

아이가 만들어낸 따뜻한 바이러스


“띠리리리리리~~~~ 이번 역은 화서, 화서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통학에 지쳐 피곤한 몸을 간신히 추스르며 많은 정거장을 지나친 후에야 자리가 생겼다. 쾌쾌한 전철공기, 하루 온종일 일상에 찌들려 피곤에 사로잡힌 사람들.
저마다 어떤 사연을 가지고 전철에 올랐을까?
사람들 표정이 한결같다. 전철 안은 차가운 기운으로 가득했다.

 

철컥! 옆 칸에서 문을 열고 이동해오는 소리에 놀라 눈을 떠보니
다리가 불편한 아저씨가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종이를 건네고 있었다.


어느새 내 무릎 위에도 종이가 놓여졌다.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었으랴. 전철에서 성금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실상에 대한안 좋은 얘기를 접했었던 나는 종이의 내용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눈을 감아버렸다.

그런데 나는 다시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종이를 건넨 아저씨가 울고 있었다.
아저씨는 불편한 다리로 힘겹게 무릎을 꿇고 이렇게 얘기했다.

 

“염치불구 하고 이렇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저의 아이의 병원비 때문입니다.
아이가 희귀병에 걸려 치료를 받고 있는데... 병원에서 쫓길 위기에 있습니다. ....
아버지가 되어 가만히 있을 수 없기에 여러분께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신다면... ”

 

아저씨의 말은 그럴듯했다. 마음도 아팠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자꾸 아저씨의 말이 거짓인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아저씨가 건넨 종이 몇 장은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그 때 맞은편에서 한 엄마와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아자씨 불쌍해. 우리 아자씨 도와주자”
 

“쉿! 저 아저씨는 진짜 불쌍한 사람이 아니야. 요즘에 저렇게 속이면서 다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넌 가만있어!”
 

“그런데 엄마. 진짜로 나 같은 애기가 아프면 어떡해. 할머니가 천원 줬는데 이거 아자씨 줄거야.”

 

 

 

 

“......... 그래...”

 

엄마가 마지못해 허락하자 아이는 주머니에 있던 꼬깃꼬깃한 천원을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꺼내들었다.
 

전철에는 한사람 한 사람이 지갑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나도 지갑을 가방에서 꺼내들었다. 적막했던 전철 안은 지갑을 꺼내기 위해 부스럭 거리는 소리로 요동치고 있었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이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자기에게 돈을 준 것도 아닌데 아이가 기특하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에 이어서 아저씨는 불편한 몸으로 큰 절을 하는 것이었다. 한 두번도 아닌 열 번 이상을 큰 절을 하였다.울먹이는 목소리로 감사하다며 절을 하는데 불안하여 옆으로 쓰러질 것 같으면서도 숨을 몰아쉬며 계속 큰 절을 하셨다.누가 말려 주었으면 싶었다.

 

그 때 아이가 옆에서 따라서 절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감동의 눈길로 쳐다보았다.
아저씨는 마지막 절을 크게 하고 밖으로 나가셨다.  

 

그 때 느낀 것은 아이의 순수했던 온기(溫氣) 바이러스가
전철 안 사람들 뿐 아니라 아저씨에게도 전염되어 어쩌면 당연한 듯 보이는 자선을,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사하게 느끼게 한 힘이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아... 마음이 뭉클해왔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났다.
그 아저씨는 도움을 받았지만 더 큰 깨달음을 우리에게 주었다.

 
http://cafe.naver.com/uldo/697 <날마다 감동 날마다 행복>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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