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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미 잡아둔 물고기, 관심없다구?
작성자
쿠당탕
작성일
2009-08-03
조회
3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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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어항 속에는 여자라는 물고기가 살고 있다. 소박하게 생긴 금붕어는 꼬리를 흔들며 남자를 기다린다. 남자는 어항을 관리한다. 그런데 때가 되면 먹이를 솔솔 뿌려줘야 하는데 자주 굶긴다. 물고기가 불평하든 말든, 그게 그 남자의 어항 관리법이다.

“나 요즘 굶주려 있어. 사랑에 굶주렸어.”

2년 동안 남자의 어항 속에서 헤엄쳐온 여자가 요즘 급격한 굶주림을 호소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의 생활 신조가 ‘잡은 고기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자는 어차피 수중 안에 들어온 물고기니, 큰 투자는 피하고 아주 간헐적인 작은 투자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여자에게 평소 ‘예쁘다’, ‘귀엽다’ 소리 한번을 안 한다. 1년에 한번 술 취해서 ‘사랑한다’ 문자를 보내고 기념일에는 동네 파스타 집에 간다. 여자의 생일을 종종 깜빡 해 여자가 전날 살짝 언급해줘야 반강제적으로 선물을 챙긴다.

여자는 처음에는 신선한 물과 때 되면 공급되는 먹이, 어항을 정성껏 관리하는 남자의 정성에 탄복했다. 그러나 점차 남자의 어항 관리가 소홀해지면서 ‘결식 물고기’로 분류됐다.

어디 이뿐이면 빈 속이 덜 쓰리게. 남자의 또 다른 어항 속에서는 화려한 물고기들이 배 불룩 한 채로 유유히 노닐고 있다. 남자는 학교 후배, 직장 여직원 등 다양한 여자들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립 서비스나 선물공세 따위를 펼친다. 그녀들에게 주는 관심의 10분 1이라도 여자에게 준다면 여자가 공복 신세는 면할 텐데도.

물고기를 회 처 먹든, 국 끓여 먹든, 굶기든 그건 남자의 몫이다. 자기 어항을 자기가 관리하겠다는 뭔 상관? 하지만 굶주린 물고기가 어디 진짜 물고기인가. 여자지. 공복상태가 장기화된 여자가 더 이상 어항에 미련이 있을 리 없다. 큰 세상으로 나가 자신을 돌봐주고 애정을 줄 새로운 남자를 찾는 것이다. 이쯤 되면 늦었다.

남자는 자기만 바라보던 여자가 이별하자니 당황스러워도 마음을 다잡는다. “어디 세상 물고기가 한 둘이랴. 요즘 대세는 섹시이니, 비늘이 화려한 열대어를 들어다 놓을까.”
하지만 섹시한 물고기들이 남자의 어항 속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더 넓은 바다에서 돌핀킥을 하며 놀려 하지, 어디 조그마한 어항에 들어오려고? 그때 가서 후회하고 떠난 여자에게 ‘잘못했다’ 술주정 부려도 이미 상황종료.

있을 때는 모르다가 없으면 그립고 존재감이 큰 게 어항 속 물고기다. 날 위해 예쁘게 꼬리치는 물고기에게 먹이 주는 게 그리 어려울까. 하루에 한번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작지만 관심을 표현한 선물 정도면 충분하다. 잡은 고기에게 꾸준히 먹이를 주는 현명한 낚시꾼이 되자.

* 사진 출처 :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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