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건강과 콩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축산이 크게 발달하지 못하였으며 따라서 식성도 채식 위주로 되어 왔다. 채식을 주로 할 경우 영양성분 면에서 불균형을 가져오게 되는데 특히 단백질과 지방질의 섭취량이 부족하기 쉽다. 그러나 현명하게도 우리의 선조들은 이 땅에 삶의 터전을 일구기 시작하면서부터 단백질과 지방질이 풍부한 '콩'을 재배하여 왔으며 다양한 용도로 콩을 이용하여 왔다. 콩은 항시 우리 식단의 튼 부분을 차지하였으며 채식위주의 식단으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 되어 왔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우리들 삶의 한 부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콩이 우리의 밭에서 자꾸만 사라져 가고 있고 이용하는 거의 대부분의 콩을 외국에서 사들여 오고 있는 현실이니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숨결을 잃어만 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다시 한번 콩의 성분과 가공법을 알아보고 나아가 수익성 있는 콩재배법과 사례들을 살펴본다는 것도 큰 의미를 가지지 않을까 한다.
일찍이 콩은 오곡의 하나로 꼽혀 왔으며 전분 식품인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에게는 쌀에 부족한 단백질과 지방질을 보완 공급하는데 있어 가장 안성맞춤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쌀에는 단백질이 8% 정도 들어 있을 뿐이며 특히 라이신(lysine)이라고 하는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낮은데, 콩을 먹음으로써 이 라이신의 부족분을 메꿔주게 되어 영양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콩에는 단백질이 40%, 지방질(기름)이 20% 정도나 들어 있으며 전분은 1% 이하이다. 이처럼 성분으로 볼 때 콩은 곡식이라기보다는 고기에 더 가까워 흔히 콩을 '밭에서 나는 고기'로 비유하기도 한다. 더욱이 콩기름은 우리나라 전체 식용기름 수요의 28%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콩기름 중 86%가 '불포화지방산'이라고 하는 질이 좋은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콩기름은 혈중 콜레스테롤 함량을 저하시킨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그리고 콩의 지방질뿐만 아니라 단백질도 콜레스테롤을 낮춘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어 현대인에게 과다하게 축적되기 쉬운 콜레스테롤, 특히 우리 몸에 바람직하지 않은 악성 콜레스테롤인 '저밀도 지단백(LDL)'을 내리는 독특한 작용을 한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또한 콩에는 '비타민 E (토코페롤)'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이는 우리 몸에서 지방질의 산화를 방지(항산화작용)하여 동맥경화와 같은 성인병 예방에 관여하며, 말초혈관의 혈액순환 촉진 및 호르몬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고 하니 과히 콩은 현대인을 위한 신비의 작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콩에는 '사포닌'이라고 하는 성분이 있는데 이 물질은 우리 몸에서 과산화 지질의 형성을 막는 기능을 갖고 있어 노인치매를 예방하며, 최근에 와서는 에이즈(AIDS)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 저해 작용도 밝혀지고 있다(권태완, 1995, 콩건강여행, 성하출판사). 더욱이 우리가 일상 먹는 콩 발효식품인 된장이 항암효과를 나타낸다고 발표되고 있고, 미국 앨라버마 대학의 스테펜 바너스 박사는 콩을 먹인 쥐와 먹이지 않은 쥐를 비료해 본 결과 콩을 먹인 쥐의 폐암 발생률이 70% 가량 낮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콩의 폐암억제 효과는 동물 실험 뿐만 아니라 역학조사에서도 밝혀지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콩을 적게 먹는 미국여성에 비해 콩을 많이 먹는 아시아 지역 여성의 폐암 발생률이 8분의 1정도로 낮았다고 한다. 또한 콩에 들어 있는 항암성분은 폐암뿐만 아니라 유방암, 난소암, 대장암 등의 발생도 저지시키고 감소시킨다는 항암작용에 대한 보고가 최근 들어 많이 나오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최근 미국 영양학자들이 인간이 먹는 수많은 식품중에서 대표적인 6가지 건강식품을 제시한 바 있는데 첫째로 콩을 꼽고 있고, 그 외에도 마늘, 파슬리, 브로컬리, 자몽 그리고 아마씨앗 등을 열거하고 있다. 또 콩은 항암성 식품으로도 마늘에 이어 두 번째로 효력이 있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전통적인 콩의 효능을 '허준'이 쓴 '동의보감'책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콩을 장기간 복용하면 보신효과가 있고, 체중이 증가한다고 하였다. 또한 위장의 열을 제거하며 장의 통증, 열독에 효과가 있고, 대소변의 배설을 다스리며, 부종, 복부팽만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한편 콩가루도 뱃속과 장을 다스리며, 곡물의 소화를 돕고 종기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으며, 콩나물은 무릎의 동통을 다스리고 근육통을 없애 준다고 하였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콩은 식량으로서 뿐만 아니라 건강식품으로서도 그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의 선조들은 이러한 과학적으로 밝혀진 콩의 우수성을 체험을 통하여 이미 알고 있었으며 따라서 오랫동안 콩을 먹어왔는데 특히 항시 밥에다 콩을 넣어 먹음으로써 건강을 유지해 온 놀라운 지혜를 지녔었다. 또한 신선한 채소가 없었던 겨울철에 콩나물을 길러 먹음으로써 충분한 비타민을 섭취해 온 것도 또 하나의 놀라운 지혜였다고 판단된다. 그뿐만 아니라 콩은 가축사료와 비누, 제약, 잉크, 페인트, 접착제, 화장품 등 각종 공업원료로써의 광범위한 이용가치를 지닌 신비의 작물이다. 또한 우리 삶의 터전인 토양을 보호하고 지력을 높여 주며 재배면에서도 여러가지로 이로운 작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