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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태아의 ‘말 못할 고통’을 아시나요?
작성자
예의동방지국
작성일
2009-06-24
조회
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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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사는 박모(29·남)씨는 머리에 큰 땜통 때문에 학교 다닐 때 친구들한테 놀림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 땜통이 생기게 된 원인은 다름 아닌 출산할 때 겸자로 아이의 머리를 찍어서 빼냈기 때문이다.

박씨는 “어머니께서도 그 당시에는 아무것도 모르셨기에 의사 선생님이 그렇다고 하니깐 그런 줄 알고 넘기셨다고 하는데 이제 와서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나중에 내 아이만은 상처를 남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설마 이런 일이 있었을까 싶지만 불과 30년도 안 된 우리나라 산부인과병원에서는 이런 일들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었다.

‘웰빙 분만’으로 알려져 있는 ‘수중 분만’, ‘라마즈 분만’, ‘르봐이예 분만’, ‘소프롤로지 분만’ 등이 우리나라에서 소개되고 시행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이고 그 이전까지 분만은 혼자 가족과 격리된 채 고통 속에서 외롭게 싸워야 하는 과정이었으며 태아가 받는 고통 또한 안중에도 없었다.

하지만 아이가 분만시 겪은 육체적 고통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으며 정신적 스트레스 또한 잠재적으로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기에 말 못하는 아이의 고통은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다.

여러 가지 분만 중에서도 ‘르봐이예 분만’은 ‘비폭력 분만’ 또는 ‘인권분만’으로 알려져 있고 태아의 인격과 감정을 최대한 존중해 주는 일종의 철학이다.

더크는나무 영유아교육연구소 김성혜 소장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르봐이예 분만’으로 아이를 낳았고 2000년 당시 방송에 보도되기도 했다.

김성혜 소장은 그 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2000년 당시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르봐이예를 소개했을 때 한결같이 일반 자연분만보다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며 “산모가 똑바로 눕는 대신 의자에 눕게 되는 것과 다른 방의 불빛을 이용하거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최소한의 불빛은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를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전검사를 철저하게 하고 첨단 의료장비를 비치한 병원에서 이런 사고는 극히 미약하며 출생의 순간이 산모 뿐 아니라 세상에 처음 나와 빛을 보는 아기에게도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돼야 하는데 르봐이예 분만은 가장 인격적인 방법으로 아기를 맞이하게 도와준다고 김 소장은 강조했다.

르봐이예 분만은 프랑스의 프레드릭 르봐이예 박사에 의해 창안 돼 그 이름을 딴 것이다. 르봐이예 박사는 9000여 명의 신생아를 받는 동안 아이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 공포에 질려서 울부짖는 모습에서 뭔가 잘못된 것을 느끼고 새로운 분만법을 연구했다.

가장 큰 특징은 조용하고 평화로우며 아늑한 공간인 어머니의 자궁 속 환경에서 있던 아기가 세상에 나오면서 받게 되는 엄청난 충격과 영향으로부터 보호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보통 분만실 조명은 아기의 건강과 안녕을 살피기 위한 목적으로 강렬할 불빛인 경우가 많다.

반면 르봐이예 분만은 자궁 안의 밝기가 어두침침한 30룩스 정도라고 한다면 분만실의 조명은 10만룩스로 아이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될 수 있기에 최소한의 조명만을 사용한다.

또 시끄러운 소음 대신 태교할 때 평소에 산모가 즐겨듣던 익숙한 음악을 들려주고 아기의 탯줄도 바로 자르지 않고 4~5분간은 그대로 두고 기다린다.

아울러 중력에 대한 배려로 아기를 따뜻한 물에 천천히 놓아 긴장이 사라지게 한 다음 다시 건져 올리는 과정을 반복해 적응을 돕는다.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김영주 교수는 “고위험 산모일 경우엔 제한이 있겠지만 출산시의 환경은 아기한테는 큰 충격일 수 있어 아기한테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며 “출산 후 첫 4시간은 어머니와 아기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며 르봐이예는 바로 어머니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려주고 분만 후에도 같이 있을 수 있게 도와준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첫째 아기때는 하지 않고 둘째 아기 때 르봐이예 분만을 한 경우 둘째 아이가 훨씬 안정적이고 잘 자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동그랗게 있던 아기를 거꾸로 들어올리는 행위는 르봐이예 분만에서는 척추가 바로 펴지며 충격을 줄 수 있어 절대 금지하며 겸자와 흡입기의 사용 역시 금한다.

이와 관련해 CHA의과학대학교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심성신 교수는 “아기를 거꾸로 들어올리는 것은 양수를 토하게 하려고 하는 것인데 하지 않는 것이 좋고 어머니의 배 위에서 석션으로 살살 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르봐이예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진 않았지만 가장 성스럽고 감성적인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분만”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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