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음식은 골고루 먹으면 건강에 좋다. 그러나 있는 줄 몰라서, 좋은 줄 몰라서, 아니면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라 놓친 슈퍼 푸드가 수두룩하다. 천대받고 있던 녀석들 이제라도 다시 보자.
1. 쇠비름 세종대왕 때에 편찬된 <향약집성방>에 따르면 쇠비름은 침침한 눈, 변비와 한열, 해독, 살충, 갈증, 종기, 습진, 여드름과 심지어 흰머리를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선정의 이유 미국 텍사스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쇠비름은 심장에 좋은 오메가 3지방산 함유량이 먹을 수 있는 모든 식물 가운데 가장 높다고 한다. 또한 이 식물에는 지금까지 실험한 어떤 과일이나 채소보다 10~20배 높은 멜라토닌이 들어 있다고 한다. 멜라토닌은 노화방지 물질로 암의 성장을 억제한다.
어떻게 먹을까? 샐러드에 넣는다. 양상추 대신 혹은 양상추와 함께 사용해보라. 잎과 줄기는 아삭하고 씹는 느낌이 강하며 즙이 풍부하다. 순한 레몬 맛이 난다.
2. 석류 주스 여자들을 더 여자다운 몸매로 만들어주고 더 예뻐지게 만든다는 말이 돌면서 새로운 건강식품으로 떠오른 석류. 그렇다면 우리 남자에게도 좋지 않겠는가?
선정의 이유 이스라엘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1년 동안 매일 소주잔으로 두 컵씩 석류 주스를 마신 사람들의 최고 혈압이 21%나 내렸고, 심장으로 가는 혈류도 좋아졌다고 한다. 소주잔 2잔 분량은 너무 적다고? 4잔 분량을 마시면 비타민C 하루 권장량의 절반을 챙길 수 있다.
어떻게 먹을까? 100% 석류 주스를 마셔라. 농축액이므로 100㎖면 충분하다. 온라인 몰에서 100㎖ 30포에 4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설탕을 첨가하지 않은 주스를 찾아라.
3. 비트 못생기기로는 고구마 못지않은 이 비트 뿌리는 조리하지 않은 그 어떤 채소보다 달콤한 맛을 낸다. 못생겨도 맛은 좋아! 그래서 일찍이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선정의 이유 비트는 한마디로 붉은 시금치나 다름없다. 뽀빠이의 에너지원인 시금치처럼 엽산과 베타인이 매우 풍부하다. 이 두 영양소가 함께 작용하면 염증성 화합물인 호모시스테인의 혈중 수치가 낮아진다. 호모시스테인은 동맥에 손상을 주어 심장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트가 붉은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천연 색소인 베타시아닌이 항암 효과를 가진 인자라는 것이 최근 연구 결과로 밝혀졌다.
어떻게 먹을까? 열을 가하면 비트의 항산화 능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익히지 않은 그대로 신선하게 먹는 것이 가장 좋다. 비트를 씻어서 껍질을 벗기고 강판의 가장 큰 구멍을 이용해 간 뒤 올리브오일 1큰술과 레몬 반 개 분량의 레몬즙을 뿌리면 간단하게 샐러드가 만들어진다. 비트는 주로 뿌리를 섭취하지만 비타민, 미네랄, 노화방지 물질들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줄기와 이파리를 버리기엔 아깝다. 이파리가 나기 시작한 지점 바로 아래쪽 줄기를 잘라 깨끗이 씻어서 샐러드 재료로 사용하자. 비트 이파리와 잘게 다진 마늘 한쪽, 올리브오일 1큰술을 팬에 넣고 살짝 튀긴다. 이파리가 숨죽고 줄기가 연해지면 불을 끄고 소금, 후추, 레몬즙 약간으로 간을 맞춘 후 파르메산 치즈를 뿌려주면 그럴듯한 사이드 디시가 완성된다. 이게 서양식 우거지가 아니라면 뭐란 말인가?
4. 양배추 탕수육이나 돈가스 귀퉁이에서 케첩과 마요네즈를 뒤집어쓰고 앉아 있는 보잘것없는 이 녀석이 슈퍼푸드라고?
선정의 이유 잘게 썬 양배추 1컵의 열량은 겨우 22kcal에 불과하지만 귀한 영양소가 듬뿍 들었다. 영양소 목록의 맨 위에는 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들을 무장 해제하고 암에 걸릴 위험을 줄이는 효소인 설포라판이 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연구팀은 항암효소 수치를 높이는 데 설포라판이 모든 식물 화학 물질 중 최고라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어떻게 먹을까? 무시하지 말고 챙겨 먹어라. 떡볶이에도 넣고, 햄버거나 샌드위치 속으로 활용해라. 닭고기를 먹을 때도 콘샐러드보다 코울슬로를 주문하라. 간단하게 다져 만드는 양배추 샐러드는 어떤가?
● 올리브오일 4큰술
● 레몬 1개를 쥐어짠 주스
● 두반장이나 타이 칠리소스, 혹은 핫소스 1큰술
● 잘게 썬 양배추 한 통
● 볶은 땅콩 한 줌
● 당근 다진 것 반 컵
● 다진 고수 1/4 컵
● 오일과 레몬 주스, 매운 소스를 모두 섞어 드레싱을 만든다. 나머지 재료를 커다란 볼에 전부 넣고 드레싱을 뿌려 먹기 전 20분 동안 냉장고에 보관한다. 그리고 꺼내 시원하고 개운하게 퍼 먹는다. 양배추 한 통은 겨우 1천원! 싸고, 맛있고, 배부르게!
5. 계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용하는 이 향신료를 일상 속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다. 고작 수정과나 계피 사탕쯤 될까?
선정의 이유 계피는 혈당을 조절해 심장질환 위험을 줄여준다. 미국 농무부USDA의 연구팀이 발견한 바에 따르면 6주 동안 하루에 1g의 계피를 섭취한 2형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과 트리글리세리드, 나쁜 LDL 콜레스테롤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한다. 이 향신료의 활동 분자인 메틸 히드록시 캘콘 중합체를 믿어라. 세포의 당 대사 능력을 20배까지 향상시켜줄 것이다.
어떻게 먹을까? 커피전문점에 가라. 커피를 받아들었으면 시럽은 거들떠보지 말고 시나몬 가루를 뿌려라. 운 좋게 집에 계핏가루가 있다면 시리얼에 뿌려먹어도 좋다. 시나몬 스틱을 뜨거운 물에 넣어 차를 우려먹을 수도 있다.
6. 근대 샐러드 바나 마트의 친환경 채소 코너에서 고객의 건강에 신경 쓰는 고깃집 야채 바구니에서 쉽게 발견된다. 약간 쓰고 짭짤한 맛이 난다. 영어 이름은 스위스 근대인데 원산지는 지중해인 알 수 없는 녀석이다.
선정의 이유 살짝 익힌 근대 반 컵은 각각 10g에 달하는 다량의 루테인과 제아잔틴을 제공한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카로티노이드라고 알려진 이 식물 화학 물질은 망막의 노화로 인한 손상을 방지한다고 한다. 천연색소이기도 한 두 영양소가 망막 속에 축적되어 눈을 손상시킬 수 있는 단파장 빛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모니터를 눈이 빠지도록 봐야 하는 우리 직장인에게 꼭 필요한 채소다.
어떻게 먹을까? 근대는 구운 스테이크와 닭고기 요리, 삼겹살과 잘 어울린다. 구운 생선을 싸 먹어도 좋다. 근대를 집중적으로 먹고 싶다면 근대 한 다발을 씻어 물기를 없앤 뒤 잎과 줄기를 숭덩숭덩 썰어라. 올리브오일 1큰술을 뿌린 팬에 달구고 마늘 두 쪽을 다져 넣는다. 기름에 볶은 마늘향이 확 올라오면 근대를 넣고 5~7분 동안 볶다가 잎의 숨이 죽고 줄기가 연해지면 불을 끈다. 소금과 후추로 간한다.
7. 말린 서양자두 이른바 프룬으로 알려진 말린 서양자두는 이제 약국이나 스무디킹에서도 살 수 있다.
선정의 이유 노화방지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암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여겨지는 세포의 구조적인 손상을 야기하는 고약한 활성산소. 이 다스베이더 같은 놈과 맞서줄 신클로로제닉산과 클로로제닉산도 풍부하다. 게다가 변비에도 효과 만점!
어떻게 먹을까? 봉투째로 올려놓고 후식으로 먹는다. 잘라서 요구르트에 넣어 먹거나 시리얼과 섞어 아침으로 먹어도 좋다. 급하게 와인 안주가 필요한데 냉장고에 프룬과 햄이 있다면 햄을 얇게 썰어 프룬을 감싸 꼬치로 고정한 뒤 프라이팬에 굽는다. 자두가 부드러워지고 햄이 바삭해질 때까지 구우면 지방은 빠져나가고 달콤 짭짤한 유혹적인 맛의 요리가 탄생한다.
8. 구아바 구아바는 수류탄처럼 생긴 열대 과일로 신맛과 단맛을 동시에 가졌다. 구아바가 망고를 유혹해 포시즌을 낳을 수 있었던 능력의 원천이 있다.
선정의 이유 구아바에는 전립선을 강하게 만드는 산화방지제인 리코펜이 다른 어떤 식품보다 많다. 리코펜의 대표주자인 토마토나 수박보다도 많다. 구아바 1컵에는 무려 688㎎의 칼륨이 들어 있는데, 이 또한 바나나 한 개에 함유된 칼륨 양보다 63% 많은 양이다. 게다가 최고의 섬유소 식품이다. 구아바 한 컵에는 섬유소가 9g이나 들어 있다.
어떻게 먹을까? 껍질에서 씨까지 전부 먹어라. 모두 식용이고 영양가도 높다. 구아바 껍질에는 오렌지 한 개보다 더 많은 비타민 C가 들어 있다. 구아바는 백화점 식품 코너나 대형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9. 구기자 영악한 서양인들이 우리의 전통 식품 구기자가 좋다는 걸 알아냈다. 영어로 고지 베리goji berry라고 불리는 구기자는 건포도 크기로 쫄깃하면서도 크랜베리와 체리의 중간 맛이 난다. 우리나라, 중국, 히말라야 고원에서 주로 자란다. 이 열매를 뒤늦게 발견한 서양인들은 호들갑을 떨지만 우리는 지난 1천년 동안 약으로 썼다는 말씀.
선정의 이유 미국 터프트 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구기자는 과일 중 노화방지 효과를 측정하는 척도인 산소유리기 흡수력ORAC 측정에서 최고 성적을 냈다고 한다. 구기자의 단맛을 내는 당분이 당뇨병 위험 인자인 인슐린 저항성을 감소시킨다는 것도 알아냈다. 구기자는 같은 양의 오렌지보다 비타민C를 500배나 함유하고 있고, 당근보다 더 많은 베타카로틴을, 쇠고기 스테이크보다 더 많은 철분을 함유하고 있다.
어떻게 먹을까? 싱싱한 구기자를 발견했다면 플레인 요구르트와 함께 먹어라. 한 움큼 집어서 그대로 먹어도 좋다. 그러나 역시 말린 구기자를 차로 우려 마시는 것이 손쉽긴 하다.
10. 호박씨 호박죽을 만들고 남은 씨를 버리겠다고? 이 씨가 호박에서 가장 영양가가 높다고!
선정의 이유 호박씨를 오독오독 씹는 건 마그네슘을 섭취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최근 프랑스 연구자들에 따르면 혈중 마그네슘 수치가 가장 높은 사람들이 수치가 가장 낮은 사람들에 비해 조기 사망 위험률이 40%나 낮다고 한다. 평균적으로 성인은 매일 353㎎의 미네랄을 섭취하는데 이는 최소 권장량인 420㎎에도 못 미친다.
어떻게 먹을까? 호박씨 껍질에는 특별한 섬유소가 들어 있으니 껍질째로 모조리 씹어먹자. 볶은 호박씨에는 1온스당 150㎎의 마그네슘이 함유되어 있다. 평소 식단에 호박씨를 추가하면 하루 권장량 420㎎은 쉽게 얻을 수 있다. 땅콩, 아몬드, 해바라기씨 옆에서 찾아라. 편의점 안주 코너에도 있다.
우리가 맛없게 생겼다니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
노화방지 물질이 대체 뭐길래? 채소는 무조건 몸에 좋다고 우리는 확신한다. 이 확신은 종종 노화방지 물질이라는 화학 물질에 대한 믿음과 관계가 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세포의 노화를 막는 데 도움을 주는 물질이다. 노화란 노출된 못에 녹이 스는 과정과 비슷하다. 이 녹은 활성산소에 의해 생기는데 활성산소란 세포를 공격하여 DNA 손상을 유발, 암으로 이르게 하는 불안정한 산소 원자들을 말한다. 노화방지 물질들은 활성산소들을 안정시켜 이 악동들이 세포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노화방지 물질이 풍부한 식품을 많이 섭취할수록 병에 저항하는 아군을 몸에 더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이다. 100% 천연 백신인데 안 먹을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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