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저리고 뒷목이 뻐근할 때, 발뒤꿈치가 아플 때, 언제부턴가 우리는 이 모든 증상이 나타날 때 '내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혈액순환개선제를 찾는 경우가 많다.
이런 오해의 시작이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위와 같은 증상은 대부분 혈액순환장애의 증상이 아니라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았다.
혈액순환장애는 말초신경장애 또는 말초혈관의 장애로 단순히 저리다는 느낌의 애매모호한 증상이 아니라 굉장히 구체적인 질환이다.
◇ 머리부터 발끝까지 '혈액순환' 제대로 알자
일반적으로 혈액순환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심장과 뇌, 말초혈관 등이다.
쉽게 머리 위 부분과 그 아래 말초혈관으로 나눠서 살펴보면 우선 뇌는 좌우측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 부위마다 담당하는 기능이 다르고 뇌로 들어가는 혈관이 담당하고 있는 영역이 다르므로 뇌의 어떤 부위에 혈액순환의 장애가 생기느냐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기는 병이기 때문에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특징. 흔히 손발이 저리거나 뒷목이 뻣뻣해질 때 뇌졸중이 아닐까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며칠 또는 몇 주 간에 걸쳐서 서서히 증상이 악화된다면 뇌졸중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또한 뇌 혈액순환 장애로 팔다리에 마비가 오거나 피부감각이 둔해질 경우 편측으로 증상이 나타나 오른쪽 팔다리 또는 왼쪽 팔다리 동시에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양쪽 다리에만 마비가 오거나 양쪽 팔에만 마비가 오는 경우는 뇌졸중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말초혈관에 피가 돌아다니며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게 되는데 그것을 조절하는 것이 바로 신경이며 혈액순환장애는 이 신경이 어떤 이유로 눌리거나 혹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자율신경이 실조 되는 경우 나타난다.
관동의대 제일병원 가정의학과 오한진 교수는 "손을 많이 쓰는 직업의 경우 인대에 문제가 생겨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푹 쉬는 방법밖에 없고 신경이 눌린 경우는 수술을 해야 하며 모두 혈액순환장애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건양대병원 신경과 김용덕 교수는 "혈액순환장애가 나타날 때의 증상은 우선 손이나 발이 차갑고 색이 하얗게 또는 퍼렇게 변하는 것으로 저리다는 느낌보다는 꽉 눌리는 통증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목뒤가 뻣뻣해지는 증상은 근육통이나 디스크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애매모호한 증상으로 무조건 혈액순환장애라고 속단하지 말고 증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엔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 콜레스테롤 수치 ↓, 운동으로 예방
뇌졸중이나 관상동맥질환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단순히 저리다는 증상만 가지고는 혈관초음파로 피돌기를 관찰할 경우 정상인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중앙대학교 용산병원에 따르면 혈액순환장애를 유발하는 뇌졸중은 고령의 나이,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흡연, 과음 등이 원인이 된다.
그 밖에 고지혈증, 비만, 운동부족 등도 뇌졸중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고혈압은 뇌졸중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혈압을 조절하면 뇌졸중의 발생 가능성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
동맥경화증도 혈액순환장애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예방하기 위해선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무조건 금연을 하는 것이 필요하며 당뇨병이나 심장 질환이 있는지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한다.
지나친 음주도 심장 뇌혈관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술의 종류에 상관없이 잔으로 하루에 한두잔 마시는 것이 적절하다.
중앙대학교 용산병원 신경과 하삼열 교수는 "혈관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갑자러운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몇몇 연구들이 있다"며 "심한 육체적 운동이나 이전과 다른 심적 스트레스, 최근의 과도한 음주, 과식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하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기 위해선 우선 소금의 섭취량을 줄이고 피 속에 지방질이 너무 많은 고지혈증 환자라면 지방섭취를 줄여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활발한 신체 활동은 뇌졸중도 예방될 수 있으므로 규칙적인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