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우엔 맹장염 의심, 빨리 병원에서 치료 받아야
고등학생인 김모 군(17)은 학원 수업 도중 속이 메스껍고 구토 증세가 있어 체한 줄 알고 소화제를 복용했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이튿날에는 오른쪽 아랫배에 통증이 느껴졌다. 3일째 되는 날 병원을 찾은 김 군은 초음파 검사와 CT 촬영을 했다. 진단 결과 급성 충수염이었다.
20대 후반의 직장 여성인 이모 씨(29)는 명치가 아프고 답답했지만 위염인 줄 알고 그냥 지냈다. 입맛도 없어 거의 굶다시피 했다. 배가 너무 아파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가 되자 병원을 찾았다. 그녀 역시 급성 충수염이었다.
흔히 ‘맹장염’으로 알려진 급성 충수염은 맹장 끝에 붙어 있는 약 10㎝ 길이의 충수 돌기 입구가 막히면서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해마다 10만 명 정도가 수술할 만큼 흔한 병이지만 증상이 다른 질환과 유사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흔하다. 처음에는 상복부 명치 아래가 답답하거나 메스껍고 구토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단순 위염이나 체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차츰 염증이 진행되면서 오른쪽 아랫배에 통증이 나타나는데, 누르면 아프고 기침을 하면 그 부위가 울리거나 걷거나 뛸 때 통증을 느끼게 된다. 때로는 감기 몸살처럼 몸에 미열이 있다.
충수염은 오른쪽 아랫배에 통증이 심하다는 점에서 게실증과도 비슷하다. 게실증은 대장벽이 바깥쪽으로 동그랗게 꽈리 모양으로 튀어나오는 질병이다. 대부분 섬유질 부족, 심한 변비가 원인으로 초기에 항생제로 치료가 되지만 증세가 심하면 수술하기도 한다.
급성 충수염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대부분 충수돌기 개구부가 폐쇄되면서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대들의 경우 점막하 림프소포가 지나치게 증식하여 폐쇄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으며, 성인은 대변이 딱딱하게 덩어리가 된 분석에 의해 폐쇄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급성 충수염은 3일 이내에 수술하지 않으면 충수가 터져, 장기를 감싸고 있는 얇은 막인 복막에 염증이 생기는 복막염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복막염은 다른 장기로 염증을 퍼지게 하는 만큼 치료가 쉽지 않으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진단은 초음파 검사, CT촬영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급성 충수염은 오른쪽 복부 아래 부위에 5~7㎝ 정도의 피부를 절개하는 수술이 원칙이다. 충수 돌기의 다양한 해부학적 위치로 인해 진단과 수술이 아주 간단할 수도 있는 반면에 노련한 외과의사도 진단과 수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환자가 위독하지 않고 탈수 증상이 없다면 바로 수술하는 것이 좋다.
수술 시간은 30~40분 정도가 소요되며 수술하기 전 6~8시간 정도 금식하는 것이 마취하는 데 안전하므로 증상이 의심되면 물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병원에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충수가 터지기 전인 단순 충수 절제술일 경우 3박4일 정도 입원하면 완치된다.
서울연세병원 조상현 원장은 “급성 충수염은 증상이 애매하지만 95%의 환자에서 복통을 호소하므로, 하복부에 통증이 있고 초기에 식욕부진, 메스꺼움, 구토 증세가 있다면 급성 충수염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면서 “복막염으로 진행하면 수술이 어렵고 회복도 더딜 수 있으므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와이어 | 기사입력 2012년 01월 18일(Wed) 05:25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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