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과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사실 우리 나라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중독 문제는 이미 가정에서 부모님들이 감당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고 보입니다. 전문적인 연구와 사회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출발점은 가장 가까이서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가정이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간의 노력을 통해 얻은 결과 중에서 가정에서 부모님들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첫째, 중독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여야 합니다.
무조건 게임을 못하게 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취미 생활을 선택할 수 있는 초기에 중독성 없는 건강한 활동들로 생활을 채워주라는 얘기입니다. 전통적인 여가 활용 방법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운동과 여행, 그리고 독서와 감상 같은 활동은 즐거움을 주지만 중독성은 거의 없습니다. 어릴 적부터 독서의 재미를 만끽한 학생들은 컴퓨터 게임이 시시하다고 합니다. 운동을 즐기는 학생들은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으면 답답하다고 합니다.
야외 활동을 많이 경험한 학생들은 PC방의 분위기를 정말 싫어합니다. 이런 예들이 중독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장의 공부도 중요하고 부모들의 여가도 중요하지만 평생 동안 건전한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급선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둘째, 중독의 심각성을 정서적으로 느끼게 해주어야 합니다.
중독을 조기에 막으려다 보면, 너무하는 것 아니냐로 시작되는 충돌로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그럴 때에는 말로 금지하고 행동을 통제하는 것보다는 아니라 다양한 자료와 체험을 통해 스스로 거부감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데에는 돈과 시간을 투자할 이유가 충분합니다. 신문 기사도 좋고 각종 사진 자료도 큰 도움이 됩니다. 각종 단체를 찾아가 멀티미디어 자료를 보는 것도 효험이 있습니다.
단 부모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끌고 다닌다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중독의 각종 폐해를 경험한 학생들 중에는 그 사실을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정서적인 거부감으로 무장이 되면 중독은 더 이상 위협이 되지 못합니다.
셋째, 중독 가능성이 있는 매체에 대한 사용 규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무리 중독이 우려된다 해도 현대를 살아가면서 발달에 따른 매체를 전혀 이용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는 것도 문제는 문제니까요. 컴퓨터와 휴대폰을 편하게 다루지 못한다면 원시인 취급을 받게 될 겁니다.
따라서 중독 대상물 사용에 대한 규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서로 간의 대화를 통해 합의한 규칙을 누구나 볼 수 있는 위치에 게시해야 합니다. 규칙 위반 여부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정기적으로 상과 벌을 줘야 합니다.
규칙을 정해놓고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어디 한 번 제대로 지키는가 보자’는 식의 태도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정말 조기 관리가 중요합니다. 일단 중독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면 쉽게 해결되지 않으니까요.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모습이 너무나 한심스럽지만 도와줄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중독을 유발하는 요인 1순위가 다름아닌 공부 스트레스라는 사실입니다. 학생들이 탐닉하게 되는 일들을 분석해보면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 그 결과가 금방 확인되는 일,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일들이라는 특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중독 현상이 뭔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반작용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결국 공부 스트레스는 중독에 오염될 가능성을 매우 크게 만듭니다. 그러니 중독에 대한 저항력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한 거지요.
공부가 쉬워진 걸까, 어려워진 걸까?
네가 부족한 게 뭐가 있다고 그렇게 농땡이를 치니?‘
‘너는 그냥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데, 뭐가 문제라는 건지 정말 이해가 안 가는구나.’
요즘 부모님들이 많이 하시는 말씀일 겁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요.예전 부모님들 힘들게 공부하셨던 것에 비하면 훨씬 편해졌지요. 모르는 것 있으면 학원이니 인터넷이니 하는 곳에서 척척 가르쳐주고, 사보고 싶은 참고서 실컷 다 사주고, 추우면 냄새 없는 히터 틀어주고, 더우면 찬바람 나오는 에어컨 틀어주고, 공부만 한다고 하면 컴퓨터니 핸드폰이니 척척 사주니 공부 환경이 정말 좋아졌지요.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요즘 학생들 공부하기가 결코 쉬워진 것은 아닌 듯합니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다른 할 일이 없어 책을 봤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공부’ 외에는 신경 쓸 곳이 없었는데, 지금은 학생들 주변의 온갖 환경과 매체들이 그들을 유혹하느라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까요.
특히 중독성을 유발하는 컴퓨터와 각종 게임의 공세는 대단하지 않습니까? 조금만 방심하면 걸려들 수밖에 없는 환경은, 예전의 열악한 환경보다 훨씬 더 공부를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교육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지요.
유해 환경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부모의 책임인가를 얘기해주는 것이지요. 가끔 보면 초등학교나 중학교 학생인 아이에게 성적이 좋으면 컴퓨터 게임을 사주겠노라 약속하는 부모님을 봅니다.
일시적인 것에 불과할 한때의 성적을 위해 평생 어려움을 초래할 수도 있는 중독을 조장하는 것은 정말 심각한 혼동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