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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세경, 스물한살의 특권(인터뷰) 똑부러지네요
작성자
신세경
작성일
2010-10-30
조회
9950



- <어쿠스틱> 신세경 -

 

기타를 멘 반항아. 개봉을 앞둔 옴니버스영화 <어쿠스틱>의 ‘세경’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세경의 가장 다른 버전이다. 한창 촬영 중인 <푸른소금>의 킬러 역시 털털한 모습이 기존의 세경과 거리가 멀다. 청순함과 섹시함의 사이. 신세경은 비치는 이미지의 막을 열심히 걷어내고, 21살 제 나이에 맞는 틈새를 찾는 중이다. 그러니 세경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아직 이르다. 아직 변신하지 않은, 변신의 준비에 한창인 배우. 부단한 연습의 시기에, 그녀를 만났다.

CF 퀸만이 아니다. 요즘 바쁘다.

=부산에서 <푸른소금>(이현승 감독)을 5주간 촬영했다. 일할 땐 부산이 싫었는데, 떠날 때 되니까 부산이 좋더라. 아무래도 애증의 관계인 것 같다. 너무너무 사랑해서 모든 것을 주는데도 때로 미운 그런 상태 말이다.

-<어쿠스틱> 개봉이 반가운 건 그래서다. 올 3월 중순에 ‘세경’의 비극적 죽음으로 <거침없이 하이킥!>(이하 <하이킥>)이 막을 내린 뒤 화보나 CF 말곤 작품이 없었다. 역시 ‘세경’이라는 본명을 사용했다.

=작품 속에서 세경이란 이름을 가지고 한 첫 작품이다. 특별하다기보다 자연스러웠다. <하이킥>의 세경이보단 더 땍땍대는 스타일의 아이다. 죽음을 앞두고 있어 엄청난 신파도 가능한 캐릭터였는데, 자신의 비극을 젓가락 쪼개기 같은 걸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연령대도 나와 비슷하고 공감이 가더라.

-극중 세경은 홍대 인디뮤지션의 자유분방함과 고집을 가졌다. 신세경이라는 배우는 그보다 꽉 짜인 모습의, 흐트러짐 없는 이미지였다.

=안 그래도 유상헌 감독님은 내가 마음에 안 들었다더라. 음식으로 치면 메밀 같은 아이, 색깔로 표현하면 탁한 베이지색 같은 캐릭터야 했다. 근데 처음 날 보니 딱 연예인 같았다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참 웃긴다 싶었다. 사람을 어떻게 커피숍에서 한번 만나서 보고 판단하나. 너무하더라. 물론 지금은 좋은 친구가 됐지만. (웃음)

-그럼 그 연예인 같은 이미지는 어떻게 탈피한 건가.

=작업실 가서 오디션 보고 캐스팅됐다. 세경이가 음악하는 아이라 노래를 했고, 막상 노래 듣고 나선 잘 부른다고 좋아하더라. (웃음)

-그러게 말이다. 영화에서 <브로콜리의 위험한 고백>을 직접 불렀다. 대단한 가창력은 아니지만 자기 감성을 잘 표현하더라.

=처음엔 노래를 잘해야지 싶었는데, 매끈하고 예쁜 느낌보다는 뻣뻣하고 퍽퍽한 느낌을 내야겠더라. 나야 노래를 잘 모르니 시키는 대로 한 게 전부다. 기타 연습도 많이 했다.

-촬영 시기가 <오감도>도 찍기 전이니 그땐 지금처럼 유명세를 탄 때가 아니었다.

=그때가 개인적으로 가장 즐거운 시기였다. 촬영도 그렇고, 사는 것도 그렇고. 대학에 막 입학한 때였는데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 그래서 촬영할 때도 일한다는 느낌보다 편하게 즐겼던 것 같다.

-불과 1년여 전인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나.

=난 사람 대할 때 이성적으로 대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주의다. 내가 워낙 가리지 않고 말하니 매니저 언니가 깜짝깜짝 놀랄 때도 있다. 그런데 요즘은 남을 판단하게 되고, 솔직하게 하려다가도 나도 모르게 입을 닫아버리게 된다. 내가 하는 말들이 다르게 해석되면서부터다. 물론 생활은 비슷하다. 요즘도 지하철 타고 친구들도 거리낌없이 만나고 그런다. 삼성동으로 이사 오기 전, 두달 전까지 목동에 살았는데, 강남쪽 갈 땐 지하철 타고 다녀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지금의 신세경은 어떤가? ‘청순글래머’가 대표 수식어다. 여성성은 좋지만 부담되거나 벗어나고 싶은 생각은 없나.


=모든 여자는 섹시함을 가지고 있다. 그런 부분을 내 장점이라고 생각해준다면 기쁘다. 그런데 아주 작은 부분도 확대해서 악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그걸 나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 균형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처음엔 잘 몰라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더 생각이 많아질 것 같다.

-본인을 포함한 황정음, 최다니엘, 윤시윤, <하이킥>의 네 주역이 일으킨 신드롬이 대단했다. 이들의 다음 스텝에 거는 기대와 조마조마함이 있었다.

=사실 난 걱정을 전혀 안 했다. ‘난 당연히 다음 작품 잘될 거야’라는 자신감 때문이 아니다. 난 아직 21살이다. 판단을 해도 아이 같은 결정이다. 그러니 이 나이에 내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바로 많이 고민하는 거다. 열심히 하다보면 설령 무너지더라도 또다시 때가 올 거라는 생각이다. 낙관적인지는 모르지만 내 성격이 좀 그렇다. 다행히 언니, 오빠들이 바로 다음 작품이 잘돼서 너무너무 좋다. 나는 지금은 살짝 웅크린 시기, 노출되지 않고 준비하는 단계, 더 잘해서 기지개를 켜기를 기다리는 시점이다.

-기지개를 켤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작품이 <푸른소금>이다. 킬러를 연기한다니, 엄청난 변신이다.

=9월에 촬영을 시작했으니 아직 30%밖에 촬영 못했다. 시나리오 보는 순간 ‘세빈’에게 반했다. 사람들이 신세경한테 바라는 이미지, 청순하고 더불어 섹시하고 예쁜 것과는 동떨어진 세계를 가진 캐릭터였다. 총 쏘고 욕하고 남성스럽고 거친 캐릭터. 머리 봤나? 마구 풀어헤쳐서 머털도사 같다. 기존의 내가 가진 베이스와 너무 다르다. 처음엔 맘에 들면서도 선뜻 손을 못 내밀겠더라.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면 되는데, 내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게 아닐까 신경 쓰이고 걱정되더라. 주변분들에게 많이 여쭤보고 확신을 얻었다. 결과적으로 잘했다 싶다. <하이킥>의 세경이가 안고 있던 답답함이 조금 풀어지니 편하다.

-움직임이 큰 액션 연기라니 비주얼적인 기대도 크다.

=내가 몸 쓰는 게 약해서 늘 바스트숏 위주로 눈빛이나 몸, 대사 위주의 연기를 했고, 늘 그 부분에 갈증이 있었다. <어쿠스틱>에서 기타연주가 도전과제였다면, <푸른소금>에선 오토바이를 탄다거나 액션을 하는 것들이 걸림돌이 된다. 이런 부분을 신경쓰다 막상 진짜 해야 할 연기에서 놓치는 부분이 생길까봐 맘이 불편하다. 그러고 보니 학교에서 신체훈련하고 몸 푸는 수업이 있었는데 이제야 왜 하는지 이해가 되더라. 보강해야겠다고 뼛속 깊이 느끼게 됐다. 요즘은 파주 액션스쿨 가서 매일 액션 연습을 한다. 사격장 가서 총도 쏘고. 태도나 걸음걸이도 조금 터프하게 바꾸려고 노력한다.

-송강호라는 대배우와의 호흡도 긴장되는 부분이다.

=부담이 1%라면 좋은 점이 99%다. 오히려 선배님께 도움을 많이 받는다. 강호 선배님이 날 복슬강아지 같다고 마냥 귀엽게, 아기처럼 대해주고 가르쳐주신다. 가끔 감정 컷이 미진할 때가 있다. 심장을 긁어내는 작업이니 도달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다른 사람들은 잘 몰라도 선배님은 다 아시고, 그걸 지적해주시니 너무 고맙다. 주변에서 ‘송강호라는 배우는 워낙 잘하니, 이 영화가 도마 위에 오른다면 그건 너 때문일 거다’라는 쓴소리도 들었다. 이 업계가 워낙 험하고 누가 바닥이라면 누군가 올라간다지만 난 연기를 하면서 누구와 대적하고 경쟁하고 부담 갖고 싶지 않다.

-자신이 죽여야 할 은퇴한 조직의 보스 두헌(송강호)에게 애정을 느끼는 역이다. 두 배우의 멜로라인에 대한 기대도 큰데.

=격한 멜로가 아니다. 빙산 같은 사랑. 겉으로 보이는 건 담담하고 미미하지만 속은 넓은 그런 사랑이다. 표현하기보다는 직접 완성된 영화를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당분간은 그럼 <푸른소금> 촬영이 주가 되겠다.

=다시 지방 촬영이 잡혀 있다. 솔직히 촬영을 떠나서 지금 내 상태는 좀 위태롭다. 일과 나 자신에 대한 가치관의 중심을 잡기가 어렵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복 입고 친구들이랑 지내다가 지금은 감당하기 벅찰 정도의 환경이 펼쳐진 거다. 갑자기 선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광고를 찍는 기분이다. 처음에는 좋은 점도 많았는데 지금은 그 안에서 길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 누군가를 롤모델로 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요즘은 그런 사람도 없다. 지난해 초만 해도 백지처럼 맑고 투명한 상태였는데, 지금은 이도저도 아닌 것 같다. 사춘기처럼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할까. 그래도 너무 이성적인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남들에게 세뇌당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처방 같은 건 없나.

=좀더 추워지면 홋카이도로 여행 가고 싶다. 가깝지만 멀리 가는 느낌이 든다. 실현 불가능한 소원을 말하자면 세계 일주도 하고 싶다. 아, 참 부산에 일하러 가는 거 말고 놀러가서 회도 먹고 싶다. 어쨌든 오늘 너무 조리없이 나오는 대로 말한 것 같아 걱정이다.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웃음) 언젠가 이 성장통도 끝날 거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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