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도망자 플랜B'(이하 도망자)가 뚜렷한 하향세다. 지난 9월 29일 첫방송에서 시청률 20%를 넘어서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지만 이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13일 SBS '대물'과 '맞짱'을 뜬 이후 시청률은 반토막 났다.
'도망자'는 상반기 최대 화제작으로 꼽히는 KBS 2TV '추노'의 천성일 작가·곽정환 PD 콤비가 다시 뭉쳐 화제가 됐다. 정지훈·이나영·다니엘 헤니 등 톱스타들이 대거 합류해 '추노'를 넘어서는 화제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100억원대 제작비를 투입하는 등 물량공세를 펼쳤지만 '헛심'만 쓴 분위기다. '도망자'의 추락 이유는 무엇일까.
◆동남아 일주에 현기증
'도망자'는 '추노'보다 큰 스케일을 자랑한다. 일본·홍콩·중국·필리핀·마카오 등 아시아 전역을 누볐다. 스케일은 커졌지만 산만한 내용 때문에 거부감을 주는 요소가 됐다. 쉴 새 없이 동남아를 왔다갔다 하는 모습에 현기증이 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연출자 곽정환 PD는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의미를 뒀지만, 시청자들에겐 아시아 유명 관광지 소개에 그치고 있다. 문화평론가 조원희씨는 "너무 여러 장소에서 로케이션을 진행해 산만해졌다. 기획에서부터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자막이 남발되는 점도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곽 PD는 "'내 이름은 김삼순'에도 자막은 많았다. 시청률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장년층 공략 어려워
'도망자'가 지나치게 신세대 취향을 보이는 점도 추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난해한 전개와 영상미에 치우친 구성은 중·장년 시청자들로 하여금 '대물'로 이동하게 했다.
곽 PD는 "'도망자'는 중·장년층에겐 '추노'보다 어렵다는 단점을 안고 시작한 기획"이라며 "'도망자'의 낯선 형식이 새롭다는 평가를 받을지, 시청자를 고려하지 않은 옹색한 실패작으로 남을지 조금 더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조원희씨는 "'추노'가 50~60대까지 끌어들인 것은 장년층이 익숙한 사극에 기초했기 때문"이라며 "'도망자'는 30~40대 초반이 맥시멈 시청층이다. 한국에선 생소한 장르인 코미디 액션인 '도망자'가 성공하긴 쉽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제자리 못 찾는 조연
'추노'는 성동일·데니안·안석환 등 조연들의 '미친 존재감'이 돋보였다. 조연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도망자'도 성동일·데니안·안석환 등 조연진이 그대로 나온다. 하지만 표류하는 느낌이다. 시청자 게시판에도 '조연의 오버연기가 거북하다'(정미나), '조연의 의미없는 말장난이 아쉽다'(박찬옥) 등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곽 PD는 "추노는 저잣거리라는 고정 무대가 있었지만 '도망자'의 조연은 아직 해외 로케이션에서 잠깐 나왔을 뿐이다. 좀 더 지켜 봐 달라"며 섣부른 평가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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