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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태희 “‘대한민국 최고 미녀’는 언젠가 떠나 보내야할 타이틀”
작성자
누룽멍구
작성일
2010-08-29
조회
5371

















비가 많이 내린 2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태희를 만났다.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로 꼽히는 김태희를 인터뷰하는 것은 여기자에게도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실제 모습은 화면만큼이나 아름다웠지만, 성격은 여배우에 대한 선입견을 없앨 줄 만큼 '쿨'했다. 어떤 질문이든지 성실하게 대답했고, 대답에서는 정직함이 묻어났다. 여기수 서주희로 변신한 영화 '그랑프리'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서는 기대와 설렘이 동시에 묻어났다.

-드라마 '아이리스'를 끝내고 몸이 편한 작품을 하고 싶었을 텐데 경마를 다룬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고생길을 스스로 자처했죠(웃음). '아이리스' 후에 공백을 길게 두고 싶지는 않았는데, 마침 '아이리스'에서 호흡을 맞춘 양윤호 감독이 적극적으로 권유했어요. "너도 이제 승부수를 던질 때가 됐다"고요. '아이리스'는 이병헌 선배의 비중이 많았는데, 감독님이 "언제까지 그런 것만 할 수 없는 거 아니냐"고 설득했고, 그 말에 혹했어요. 아직 평가는 나오지 않았지만 제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던, 도전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어요.

-이번에 승마에 빠졌다던데, 영화 '중천'의 경험 때문에 부상의 두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4~5개월 정도 했는데, 처음엔 기승기(말 모양의 경마 훈련기구)가 너무 힘들었어요. 오래 타고 있으면 허벅지가 터질 것 같거든요. 하지만 기승기는 육체적으로는 너무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는 편했어요. 사고가 날 위험이 없으니까요. '중천' 때 말을 타면서 말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어서 두려움이 매우 컸거든요. 촬영하면서 승마의 재미에 빠졌어요. 위험하기 때문에 빨리 달렸을 때, 또 안전하게 말을 정지시켰을 때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어요.

-여기수들의 어려움도 직접 느꼈을 것 같다.

보통 여자는 거기서 버티기 힘들 것 같아요.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남자들과 동등하게 경쟁해야 하는데, 차별은 분명 존재해요. '마칠인삼'이라는 말이 있어요. 말의 능력이 70%이고, 사람(기수)의 능력이 30%라는 뜻이죠. 좋은 말을 가진 마주들은 여기수들을 잘 안 태우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경쟁을 해야 하죠. 여기수들이 악이나 독만 남아 있지 않을까 했는데, 막상 이야기를 해보면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이 많아요. 말에 대한 애정도 크고요. 굉장히 매력적인 직업이에요.

-기수복이 너무 알록달록해서 깜짝 놀랐다.

저도 서커스복인 줄 알았어요(웃음). 어떻게 보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데,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옷이죠. 포스터 촬영 중 입었던 기수복은 우리나라에서 말을 가장 잘 타는 박태종 기수의 옷이에요. 경마팬들은 모두 알고 있는 유명한 옷이죠. 약간 촌스러운 듯하지만, 멀리서 보면 눈에 잘 띄어요.

-상대역인 우석이 이준기에서 양동근으로 바뀌었는데, 그에 따른 혼란은 없었나?

원래 시나리오에서 우석의 캐릭터는 정말 말 타고 짜잔~ 하며 나타나는 백마 탄 왕자님, 테리우스였어요. 그래서 양동근 선배와는 잘 안 맞았죠. 하지만 양동근 선배에 맞게 캐릭터와 대사를 바꾸니까, 어찌 보면 뻔할 수 있는 캐릭터에서 매력이 넘쳐났어요. 본인이 "쇼를 했다"고 표현할 정도로 춤 추고, 랩 하고, 많은 것을 보여줘요.

-영화 속에서는 사랑의 힘으로 재기하는데, 본인도 공감하나?

그렇죠. 남녀간의 사랑도 그렇고 모성애거나, 우정이나 모든 사랑은 위대해요. 특히 우리 또래의 남녀에게는 사랑이 가장 파워풀하죠. 웃게도 만들고, 울게도 만들고, 사람도 변화시키는….

-살아가는 데 미모가 얼마나 작용한다고 생각하나?

저에게는 굉장히 크게 영향을 미쳤죠. 어렸을 때부터 이 일을 꿈꾸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하게 된 것은 외모 덕을 많이 봤죠.

-미모와 학력 중에서는 비중으로 보면?

저는 미모라고 생각해요(웃음). 그런데 남들은 학벌을 많이 의식을 한 것 같더라고요. 사실 서울대 출신 중에 정말 똑똑하고 지적인 친구들이 많은데, 저는 그렇지 못했어요. 고등학교 시절에 승리욕이 있어서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해서 서울대를 간 것뿐이죠.

-고등학교 시절에 잠을 많이 잤다고 하더라.

별명이 '헤드뱅잉'이에요. 저는 안 자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그렇게 안 되니까, 그 모습이 재미있었나 봐요. 원래 야행성이라 밤 3시까지 공부를 하고 잤는데, 식곤증이 심해서 점심시간이 지나면 바로 졸았어요. 졸업할 때 "이제 대학 가면 태희 자는 거 못 봐서 어떡하냐"고 아쉬워한 친구도 있어요.

-살면서 가장 억울했던 일은?

근거 없는 루머가 돌 때 억울하죠. 정말 얼토당토하지 않은…. 그리고 제가 한 말이 왜곡돼서 나갈 때도요. 최근에는 박희순씨가 이상형이라고 크게 화제가 됐는데, 사실과는 좀 다르게 전달이 됐어요.

-남들이 잘못 알고 있는 김태희의 모습은?

'아이리스' 후 방송 인터뷰에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많이 나왔는데, 일부에서는 "원래 말을 잘 안 하고 얌전 떠는데, 오버하는 거 아니냐"는 말씀도 하시더라고요. 성격 좋아 보이려고 그러는 것이라고요. 그전에는 공식석상에 나가면 언제든 사진이 찍힐 수 있으니까 긴장된 상태로 있을 때가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좀 편해졌어요. 제가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만큼 보는 분들도 거기에 친숙해졌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라는 타이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말 영광이고 기분 좋죠. 하지만 언젠가는 떠나 보내야 할 타이틀이라고 생각해요. 그때가 되면 씁쓸할 것 같아요. 그래도 항상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어요. 지금도 정말 예쁘고 재능있는 친구들이 많잖아요. 아이돌 가수들은 끼도 많고 나이가 어린 것만으로도 빛이 나요.

-서른이라는 나이는 어떤 의미인가?

좀더 성숙하고 노련한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할 때이고, 그런 부분에서 책임감을 느껴요. 제가 어리바리하고 리더십도 별로 없지만, 나이가 들면서 카리스마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고요. '나이가 서른이니까 여배우로서 나이가 많이 들었어'라는 생각은 안 해요. 서른 다섯쯤 되면 조금 위기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지만요(웃음).

-앞으로의 활동이나 해외 진출에 대한 계획은?

예전에는 '한국에서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는데, 왜 해외까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다양한 기회를 확보하는 게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해외 프로젝트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잡기 위해 준비도 할 거고요. 영어와 일어를 열심히 공부해 보려고요(웃음).

-김태희의 그랑프리는 언제 올까?

과정을 즐기고 싶고, 그 과정을 터득하는 순간이 그랑프리일 것 같아요. 좀더 여유가 있어진다면, 내 마음가짐에 따라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그랑프리가 될 수도 있죠.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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