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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S 탈퇴 박지헌 “분유값 때문에 사채까지…” 충격 고백
작성자
tntls
작성일
2010-08-14
조회
6794

[경제투데이 심재걸 기자] 7년 간 몸담았던 그룹 V.O.S의 탈퇴를 선언한 박지헌이 말할 수 없었던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거취에 대한 꼬리를 무는 오해와 때마침 터진 사업의 실패 그리고 낙향. 박지헌에게 지난 1년은 10년 이상의 길고 어두운 터널과 같았다. 빈털터리가 된 그는 지난달 살던 집에서도 쫓겨나 대전의 14평 남짓한 사글세 방에서 여섯 식구와 생활하고 있었다. 13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지헌은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한 집안의 가장로서, 또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간직한 아티스트로서 끝까지 지켜야할 책임감처럼 보였다.


#바닥으로 떨어진 1년

마 치 영화처럼 모든 게 한 번에 무너졌다. 새출발을 다짐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고, V.O.S의 두 멤버는 친정으로 복귀하면서 박지헌은 홀로 남겨졌다. 평생 모아놨던 자금을 라이브카페 사업에 투자했지만 결과는 철저한 실패였다. 이어진 생활고는 주위의 보이는 것들을 하나 둘씩 사라지게 했다.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수입원이 없었기 때문에 가진 걸 다 처분해야 했다. 7월에는 월세가 밀려 살던 집에서도 쫓겨났다. 고향 대전에서 부동산하는 친구의 도움으로 사글세 방 하나를 겨우 구해 여섯 식구가 살고 있다. 대전으로 낙향을 결정했을 때 여섯 식구가 부둥켜 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어 렵사리 방 한칸을 구했지만 생활비가 문제였다. 갓 태어난 둘째 아이의 분유 하나 사먹이지 못할 정도로 통장의 잔고는 텅텅비어 있었다. 다섯 살 된 첫째 아이는 다니던 유치원도 그만 뒀다. 절박한 심정으로 결국 사채까지 손을 댔다.

박지헌은 “가족 카드 하나로 생활을 버텨왔는데 돌려 막기도 한계에 다다랐다. 두 달을 사채로 생활비를 충당했다. 이 마저도 상환일이 조금 지나자 나에게 찾아온다고 그러더라.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차를 선택했다. 2년 전 한창 주가를 올리던 V.0.S 활동 당시 구입한 차는 박지헌에 남은 유일한 자존심이었다. 비록 사글세 방을 전전하지만 대외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패였다.

박 지헌은 “나를 연예인으로 살게 해주고 많은 추억이 담긴 차여서 주위에서도 모두 만류했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 것마저 잃어버리니 가족들이 더 우울해지더라. 부모님은 고향에 내려왔지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집 밖에 잘 나서지 않으신다. 연예인 박지헌이 이렇게까지 피폐해졌나 매일밤 한숨으로 날을 지샜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난 부자다.”

계속된 역경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가족이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이 비롯해 박지헌에게는 다른 식구가 하나 더 있었다. 데뷔 초부터 한결 같은 마음으로 곁을 지켜주고 있는 100여명의 팬들이다.

연 예계에서 인기와 팬은 뜬구름과 같다고 하지만 박지헌의 팬들은 남다르다. 변변한 무대 활동도 없고, 스타로서의 화려함도 사려졌지만 주위를 떠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서른 두 번째 생일도 팬들이 직접 대관해 격려와 응원의 자리를 마련했다. 십시일반 모금을 해 콘서트도 열어주겠다는 게 그들의 마음이다.

박지헌은 “나는 참 복받은 사람이다. 지난 1년 간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 대신 사람의 정말 따뜻한 마음을 얻었다”며 “손에 잡히는 돈은 없을지라도 기가 막힌 재산이 생겼다. 그래서 이젠 하나도 가난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당시 한 팬으로부터 받은 선물 하나를 얘기할 때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박지헌은 “한 분이 눈물 흘리며 제발 오해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선물 상자를 주셨다. 열자마자 숨이 멈췄다. 현금이었다. 이 상황을 이해 못할 사람들은 부러워할 얘기겠지만, 나는 정말 많이 서럽고 슬펐다. 결국엔 그 돈으로 한 달을 생활했다. 조금만 버티면서 일어나라는 그 분의 편지에 포기할까도 생각했던 음악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지헌, 살아있습니다!”

13일 박지헌은 1년여 만에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새 음반을 내놓았다. ‘너에게 주고 싶은 세가지’라는 한 곡의 디지털싱글이지만 그 의미는 수십장의 정규앨범보다 값지다.

현 재 소속사가 없는 박지헌은 이번 싱글의 프로듀싱을 도맡아했다. 선곡, 세션, 엔지니어, 사진 작가 등을 직접 섭외해 집에서 직접 녹음했다. 당초 V.O.S 활동 당시 솔로곡으로 염두한 곡이지만 이번에서야 비로소 작업이 마무리됐다.

박지헌은 “발표 시점이라는 게 논란의 여지도 있어서 고민하고 있다가 내 목소리를 너무 오랫동안 들려주지 못했다고 생각했다”며 “밝은 노래이지만 피눈물을 흘리면서 만든 싱글이다. 처한 상황이 어렵다고 슬픈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팬들에게 ‘나 잘 살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밝은 노래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싱글을 시작으로 박지헌은 웅크렸던 어깨를 펴고 화려한 재기를 준비 중이다. 내년까지 계약된 대학 겸임교수 활동도 활발히 하고 후배 양성을 위한 보컬 레슨도 성실히 해나갈 계획이다. 물론 가수로서 꾸준히 노래를 들려주는 명분도 잃지 않으면서다.

박지헌은 “바닥을 쳐야 더 크게 올라 갈 수 있지 않나. 지금은 기초공사를 다시 하라고 내려준 시간인 것 같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있지만 주위의 그 누구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잘 다지고 다시 일어날 자신이 있고 꼭 그렇게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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