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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사랑 내 곁에>김명민
작성자
모그
작성일
2009-09-21
조회
7176



영화 촬영 순서는 완성된 영화의 순서와 다른 게 보통이다.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다. 예컨대, 영화 들머리 귀국 장면과 맨 마지막 출국 장면을 공항에 나간 김에 한꺼번에 찍는 식이다. 하지만 <내 사랑 내 곁에>(박진표 감독)는 그럴 수 없었다. 루게릭병에 걸린 주인공이 갈수록 야위어간다는 설정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를 찍듯 촬영을 순차적으로 진행해야만 했다.

배우 김명민의 감량이 화제가 된 건 그래서다. 촬영에 앞서 미리 살을 빼는 건 안 될 일이었다. 의식과 감각은 그대로인 채 온몸의 근육이 점차 마비돼가는 루게릭병 환자를 연기하기 위해 그는 촬영 기간 내내 몸무게를 조금씩 줄여나갔다. 석 달간의 촬영 뒤 180㎝ 72㎏의 몸이 52㎏까지 빠졌다. 지난 16일 만난 김명민은 10㎏ 남짓 회복한 상태였다. 끼니때가 되자 간단한 죽으로 요기를 했다. “살을 찌운다고 많이 먹으면 속이 견뎌내질 못한다”고 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든 생각은 ‘이거 하면 죽는다’였어요. 연기 욕심이고 도전 의식이고 다 필요없었죠. 근데 왜 했냐고요? 아무리 발버둥쳐도 헤어나올 수 없는 게 있어요. 내 뜻과는 무관하게 안 하면 안 되게끔 상황이 흘러갔죠. 다행스럽게도 무사히 끝났지만, 한번 무리가 갔던 몸은 결코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아요. 몸은 배우의 가장 큰 자산인데….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완강히 거부할 거예요. 아니면 잠수를 타든가.”


뜻밖이다. 연기라면 물불 안 가릴 것 같은 그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아직도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듯 보였다. 그는 ‘초인적인 감량’에만 관심이 모아지는 세간의 분위기를 썩 내켜하지 않는 듯했다. 감량 대신 연기에 대해 묻자 목소리 톤이 미묘하게 들떴다.

























 











»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연기에서 손과 발은 언어 이상의 도구예요. 손발을 못 쓴다면 절반을 잃은 거나 마찬가지죠. 그래서 생각한 게 못 움직이는 것 자체가 표현이라는 점이었어요. 촬영 한참 전부터 왼발을 절며 걷고 왼손으론 물건을 아예 안 들었어요. 완전히 놓아버린 왼팔을 오른손으로 잡아 끌어당기는 연습도 하고요. 그런데도 세차하다 넘어지는 장면 찍을 땐 본능적으로 왼손이 올라가더라고요. 참나.”


김명민 하면 흔히 ‘메소드 연기’를 거론한다. 배우가 자아를 완전히 비워내고 극중 인물을 온전히 체화하는 방식이다. 그는 “연기는 무조건 그렇게 해야 된다고 배웠다. 다른 방식은 알지도 못하고 할 수도 없다”고 했다. “교수님이 그러셨어요. 배우의 ‘배(俳)’는 사람 인(人)과 아닐 비(非)가 더해진 거라고.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고. 동물이면 동물이 돼야 하고, 전화기면 전화기가 돼야 한다고. 뭘 하든 너 자신을 지우고 타인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지금도 그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는 촬영 기간 내내 루게릭병 환자 종우로 살았다. 카메라가 비추건 말건 그건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웃고 농담하다가 카메라 앞에서 갑자기 변하는 건 못하겠어요. 평상시 종우로 살아야 카메라가 돌아갈 때 잘할 수 있는 법이죠. 다이어트피부 관리도 하루아침에 갑자기 되는 건 아니잖아요? 평소 꾸준히 해야 효과가 있는 거지. 연기도 그런 것 같아요.”


그런 그이기에 작품이 끝날 때마다 유독 힘들다. “누군가와 깊은 사랑을 하다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하는 상황이랑 비슷하다”고 했다. 이번은 더하다. “촬영장에 가면 다들 반겨주고 몸 걱정 해줬어요.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제 서울 가면 이 몸 상태로 뭘 하지?’ 희망이 사라지는 기분이었죠. 지옥 같던 촬영장을 떠나기가 싫었어요. 무기수로 오랫동안 감옥에 있다 석방된 사람이 감옥이 그리워 하루 만에 죄 짓고 다시 들어가는 것처럼. 그래도 벗어나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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