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검색하세요
토론토 생활 길잡이, 코리아포탈이 함께합니다
제목
  전갈자리의 지독한 사랑
작성자
별자리
작성일
2010-09-12
조회
6071

전갈자리의 지독한 사랑

-나쁜 피
사랑한다면서, 왜 전갈자리들은 애인의 심장을 할퀴는가?


사 랑이 괴로운 건, 그는 끝났는데 나는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끝나지 않았는데도, 그가 끝나버렸다는 이유로 무조건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뭐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왜 시작할 때는 서로의 동의를 구하면서, 헤어질 때는 한쪽의 일방적인 결정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가.


하지만 사랑은 불합리와 모순을 개의치 않는다. 그대는 가고 나는 남는다. 나는 떠나지 못한다. 아직도 사랑이 거기 있다는 듯이. 이 빌어먹을 사랑은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사랑은 수의근인가, 불수의근인가. 나는 사랑의 농도와 함량을 조절해, 과거의 애인을 오늘의 친구로 삼는 법을 모른다. (그것을 가장 잘 하는 사람은 물병자리와 쌍동이자리다.) 나는 친구로 마주앉아 웃는 것보다는 애인인 채로 고통스러운 편이 낫다. (반대를 택하는 사람 역시 물병자리와 쌍둥이자리다.)


진화되지 못한 나의 사랑은 불수의근이다. 나는 사로잡거나 사로잡힌다. 나는 니코틴 같고, 카페인 같고, 3기 매독균 같다. 업보다. 나는 어쩔 수 없다. 나는 전갈자리다. 물고기 자리가 아니더라도, 사랑에 취해 불한당을 신사로 오인할 때 우리 모두가 물고기자리인 것처럼, 게자리가 아니더라도, 애인의 그림자에도 가슴이 조마조마할 때 우리 모두가 게자리인 것처럼, 배반당한 사랑이 방향을 바꾸어 증오나 질투로 소용돌이칠 때, 그 화염에 휩싸인 우리 모두는 전갈자리다.


그 래서 다시 한 번 말하거니와 사람은 열두 별자리 모두와 영향을 맺는다. 특별히 강조되지는 않더라도 그것은 인류와 공유하는 배경화면으로 당신의 하늘에도 펼쳐져 있으며, 태어날 때는 영향력이 덜했다 하더라도 행성들은 끊임없이 움직여 당신이 모르던 다른 별자리의 세계를 체험시킨다. 그 증거로 우리는 모두 전갈자리의 심리상태를 최소한이나마 공유한다. 증오와 복수심, 살벌한 공격성, 저 음침한 땅 밑에서 이 찬란한 세상을 노려보는 그 골똘한 응시.


다시, 우리가 사랑에 걷어차이던 대목으로 돌아가자. 좌절당한 가슴은, 한 사람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던 관성의 법칙을 추스리기 위해, 아니 다만 버티기라도 하기 위해, 기를 쓰고 반대편으로 달려간다. 담쟁이 넝쿨처럼, 악착같이 애인에게로 뻗어가는 마음을 팽팽히 추스리기 위해 그는 사랑을 미움으로 바꾸고 증오로 바꾼다.


미안하게도, 그 사랑은 너무 원초적이라서 도저히 지성적으로 담담해질 수 없다. 사랑은 차라리 독극물이나 흉기를 닮는다. 독을 품고서 그는 세상에서 가장 후미지고 볕이 들지 않는 골방으로 잠복한다. 그리고 독은 그의 육신에 파고든다. 그는 죽어가며 산다. 그는 또 미워하며 사랑한다. 이것은 삶인가 죽음인가. 사랑인가 증오인가.


... 이 팽팽한 길항. 삶과 사랑에 대해 병존하는 밀쳐냄과 끌어당김. 그러나 죽음 때문에 그의 삶은 펄펄 살아 있으며, 증오 때문에 그의 사랑은 극적인 생명력으로 빛난다. 비단 사랑만이 아니다. 세상의 배신과 냉대에 부딪쳐 낙오자가 된 우리 모두는 전갈자리다.


" 야아, 이 개새끼들아~" 아무에게라도 시비 걸고, 소주병을 박살내서 들이밀고, 손가락 사이에 면도날을 넣고 부욱- 그어버리고 싶은 마음. 절망의 진흙탕 한복판에서 한없이 몸을 뒹구는 심정. 두 눈에 가시를 박은 오이디푸스 처럼. 그냥 세상을 막 등져버리고 싶은 욕망. 하지만 그럴수록 맹렬하게 솟구치는 이승에 대한... 삶의 환희와 영광에 대한 집착.


그런데 전갈자리는 우리의 그러한 '한 때'를 아예 사는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쁜 피를 타고났으니까.
그것은 이런 다른 말로 번역된다: 증오, 복수심, 한, 원죄, 업보.


그 들은 '죽거나 혹은 나쁘게' 밖에는 살 수 없다. 그들은 이름부터 전갈이며, 그러므로 당연히 혈관에는 언제나 치사량의 독이 흐르니까. 독을 품고 살기란 얼마나 힘이 많이 드는 노릇인가. 말하자면, 그것은 몸에 가시를 지니고 살아가는 일이다.


걸 음을 옮길 때마다 가시는 몸을 파고들고, 그가 머무른 자리는 피로 물든다. 그래서 빛나는 태양도 그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을 없애지는 못한다. 그는 언제나 몸 깊숙히 박힌 가시를 응시한다.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죄의 그림자. 피비린내에 회가 동하는 짐승의 생리. 모질게도 서서히 오는 죽음. 그는 들뜨고 경박한 즐거움으로 소란스러운 세태와 어울리는 법을 모른다. 그는 너무 골똘하며,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침울하다. 그의 몸은 행복을 누리기 보다는, 불행을 예비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실제로 전갈자리들이 가진 불행에 대한 내구력은 탁월하다. 그들은 머리 하나를 베면 거기서 두개의 머리가 솟아나는 메두사들이다.) 그는 가장 행복한 순간에도, 불행이나 죽음의 냄새를 맡으려고 코를 킁킁대며 몸을 바짝 곧추세운다. 그는 늘 불안하며, 남을 불안하게 한다. 잠을 잘 때도 완전무장을 하고 자리에 눕는 레지스탕스 같다.


그러므로 미안하다. 전갈자리들이여. 당신들은 좋은 애인이 되긴 글렀다. (그래... 아예 글렀다고 생각해 버리자. 우리 전갈자리들은 섣부른 희망보다는 확실한 절망을 믿는 사람들이니까. 그리고 그 절망에서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이니까.)


독성으로 사나워진 당신의 몸은 흡사 고슴도치 같아 다가갈 수록 애인을 상처 입히며, 사랑을 말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당신의 입에서는 두꺼비와 전갈, 거미 따위가 튀어나온다. 애인은 소스라치게 놀라 도망가고, 당신은 애인을 좇으며 울먹이는 눈으로 항변한다. 어쩔 수 없어! 나는 그렇게 생겨 먹었는 걸. 물론 그때도 독두꺼비의 행렬은 멈추지 않는다. 애인은 질려버린다. (심장이 약한 경우는 기함을 하고 쓰러진다.) 그러나 어쩌면 좋을까... 당신의 사랑은 타인을 질리게 한다. 당신이 보여주는 사랑이란 혈서를 쓰고, 담뱃불로 지지고, 손목을 긋는 일이니까.


사 랑한다면서 한다는 말이, "죽이고 싶은 놈 있으면 말해라. 내가 한 놈은 반드시 죽여준다." ... 이런 식이니까. 그러니 어쩌면 좋을까. 사랑한다면서 당신이 애인에게 제물로 바치는 것은 당신에게 가장 자랑스러운 '독배'이니까... (내가 가진 것은 죄뿐이니, 죄 밖에는 바칠 것이 없으니) 누가 그 독배를 들이킬 것인가?


딱 잘라 말하겠다. 세상에서 당신이 바치는 독배를 미소로 받아 마실 사람은, 게자리와 물고기 자리밖에 없다. 그러니까 잘 들어라. 무슨 일이 있어도 그들을 찾아내야 한다. 그들의 다른 이름은 어머니의 사랑(게자리)과 신의 사랑(물고기 자리). 독으로 물든 당신의 몸을 껴안을 수 있는 것은 그들뿐이다.


전갈자리는 나쁘다. 더럽다. 해롭다. 잔인하다. 치명적이다.... 그러나 고백하건데, 나는 무슨 말로도 전갈자리를 향한 나의 사랑을 멈출 수가 없다. 전갈자리는 나를 시험하기 때문이다. " 이래도 나를 사랑할 수 있니? " 하고서.


그는 나의 가장 나쁜 아들이고, 나의 가장 나쁜 남편이다. 걸핏하면 주먹을 휘두르고, 물건을 부수고, 돈을 뜯어갈 것이다. 그는 신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피조물이며, 어머니를 꿈속에서도 눈물짓게 하는 자식이니까. 하지만 생각해 보라. 역설적으로 신과 어머니를 존재하게 하는 건, 그들에게 살아갈 보람을 주는 건, 그런 '나쁜 자식들'이다. 그런 망나니 때문에 어머니는 눈을 감지 못하며, 신은 보좌에 앉으셔서도 눈물을 글썽이신다. 어쩌면 그는 사랑을 받기 위해 그토록 몸부림을 치는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관심을 받기 위해 오줌을 싸는 어린애처럼. 사랑을 갈구하는. 이 비뚤어진. 맹렬함.


그 래서 세월이 흐를수록 전갈자리는 점점 잊을 수 없어진다. 자기의 생애를 걸고서, 목숨을 걸고서 다가오던 그 사내의 그 골똘한 응시의 눈을 어떤 강심장이 지워버릴 수 있을까. 그까짓 사랑에 , 그토록 많은 것을 걸 수 있는 (바보같은) 사람을 세상 어디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이 무서운 사랑을......사랑의 무서움을.......


그리하여.... 전갈자리 이후 사랑은 시시하고, 미미하고, 지지하고, 데데할 뿐이다.
맥빠진 평온함만이 오래오래 지속되리라.


글 - 페이퍼 김은하

 
  작성자 패스워드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조회
기초
2010/06/06
31923
513
게자리
2010/09/22
5816
512
산수도인
2010/09/19
4696
511
산수도인
2010/09/19
3525
510
별자리
2010/09/15
5398
509
별자리
2010/09/15
5189
508
별자리
2010/09/12
5229
현재글
별자리
2010/09/12
6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