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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No more Sandwich
작성자
무지개
작성일
2010-03-22
조회
2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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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7월, 토론토의 살인적인 여름 태양이 선블록의 필요성을 절감케 했고, 윌

 슨과 로버트가 떠난 빈자리는 끝내 친밀감을 가질 수 없었던 퉁명스런 멕시코 고등학생과 수다스런 브

 라질 아줌마로 채웠졌다. 그렇게 어느 덧 홈스테이 생활은 두 달 째로 접어 들고 있었다.

 사실 처음 홈스테이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무척 만족스러웠다. 백인 캐너디언 홈스테이 가족들과 한국

 인은 나 밖에 없는 환경, 그리고 꽤나 친절했던 홈스테이 맘. 그런데 두 달째가 접어 들면서 매일 같이 

 점심식사를 채웠던 샌드위치에 질력이 나기 시작했다. 햄 앤 치즈 샌드위치에 과일 주스, 오렌지 1개. 홈

 스테이에 머물던 2달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내 점심식사는 오직 그것 뿐이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샌드위치는 클래스 메이트에게 주거나 아니면 쓰레기 통으로 직행했고 마트에서 산

 75센트 짜리 辛컵라면으로 때우곤 했다. 아침도 시리얼과 빵으로만 먹다보니 저녁식사를 제외하곤 제대

 로 식사다운 식사를 할 수 없었고 늘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다녀야 했다. 몸무게가 2달새 무려 10키로

나 빠졌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던 중 아침에 시러얼과 빵 대신 간편하게 삶은 계란을 먹어보리란 결심을 하게 된다. 이 때부터 모

든 불행이 시작된 듯 하다. 아침 5시 45분에 늘 일어나던 난 모두가 잠들어 있는 시간에 샤워를 하고 혼

자 아침을 해결했었는데 그 날 아침부터는 빵과 시리얼 대신 냉장고에서 계란을 2개씩 꺼내어 냄비에

넣고 삶아 먹기 시작했다. 우유 한잔과 계란 2개인 아침식사가 꽤나 든든해 만족스러웠다.

 사건은 몇 일 후에 시작되었다. 아침에 학원에 가려고 나서려는데 홈스테이 맘이 나를 불러 세우더니

물었다.

 

"Did you eat eggs?"

 먹었다고 했더니 어떻게 해먹었냐고 하더군요.

 "Boiled"

라고 했더니 굉장히 심각한 표정으로 주방용구 하숙생은 사용하지 말라더군요.

 그래서 내가 이제 앞으론 좀 사용하겠다고 했더니 대답이 이랬습니다.

 "Once in a while."

 그리곤 오후에 학원을 마치고 다시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러자 홈스테이 맘은 상당히 오래 동안 날 기

다린듯 제가 현관문을 열자마다 잽싸게 저에게 다가오더니 그러더군요.

 "Never"이란 단어를 쓰면서 다신 주방용구 사용하지 말라고 그게 Rule이라면서.

 그래서 그럼 앞으로 계란은 어떻게 삶아 먹냐고 했더니 전자렌지는 써도 된다나요?

 아니 전자렌지로 어떻게 계란을 삶아먹죠? 했더니 다 할 수 있답니다.

 그 때 제가 좀 울컥 했습니다. 그래서 그 동안 쌓였던 이야기들 다 쏟으려 했으나 짧은 영어로 딱 한 마

디 더했죠.

 

"I hate sandwich. No more Sandwich."

 결국 일은 터지고 말았습니다. 홈스테이 맘은 얼굴이 시뻘게 지더니 샌드위치를 점심에 먹는건 캐나다

 인의 보편적인 전통이라면서 다른 한국애들은 다 와서 행복하게 잘 지냈는데 너만 왜 유별을 떠냐는 식

 으로 말을 하더군요.

 저 역시도 폭발 직전이었으나 짧은 영어의 한계로 그냥 날 이해해줘 라는 말 정도 밖에 못했습니다.

 그 시각 이후로 저는 정말 홈스테이를 나가고 싶단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집을 구하기 시작했죠.

 헌데 처음 들어올때 제가 8개월을 살꺼라고 말을 해놓아서 맘에 걸리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월세를 줘야하는 날이 다가오니깐 홈스테이 맘이 계속 있을거지? 하고 묻더군요.

 저는 적당한 핑계를 찾다가 동생이 토론토로 와서 둘다 홈스테이 하면 비싸기 때문에 같이 렌트하우스

 로 옮겨서 같이 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Is it true?" 홈스테이 맘은 굉장한 의심의 눈초리로 3~4번을 되묻더군요.

 그리고 집을 나가는 그 날까지 매일 같이 저한테 동생은 언제오냐 동생오면 나도 얼굴 볼수 있겠냐는

둥 엄청 저를 자극하곤 했습니다.

 결국 마지막에 홈스테이를 나오는 날도 차로 15분 이내에 갈 수 있는 핀치역까지 차로 짐 좀 옮겨 달라

 고 했더니 CAP(뭐 일종의 용달?) 전화번호 알려준다는 말만 듣고 혼자서 낑낑 거리며 들고 버스정류장

 으로 가야 했습니다.

 그렇게 저의 짧은 2달간의 홈스테이 생활도 막을 내리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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