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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찐 음식이 방구가 많이 나오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작성자
따꼬이함줄
작성일
2010-05-25
조회
7466

우리가 '방구' 또는 '방귀'라고 하는 것을 두고 사람들은 '쌍바윗골 천둥소리' 또는 '가죽피리'라고 한다. 방귀는 '장(腸)에서 생겨 항문으로 나오는 구린내가 나는 기체'다.

<교육방송>에 '방귀대장 뿡뿡이'가 한창 주가를 올리자 인형이 불티나게 팔렸다. 이놈 행색은 머리와 몸둥아리는 크고 다리는 짧다. 유독 엉덩이가 잘록 튀어 나와 대단한 심술을 부릴 걸 짐작할 수 있다. 온몸이 오렌지색에 코는 선명한 빨간색이고 양쪽 볼은 노랗다. 머리는 연두색으로 조금 나 있을 뿐이다. 뿡뿡이가 엉덩이를 한 번 자지러지게 흔들어 대며 변신 방귀를 뀌면 짜잔 형이 "짠!"하고 나타나 어린이들과 함께 즐겁게 놀아 준다.

이런 뿡뿡이를 내 아이들이 좋아한다. 방귀대장은 두세 살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와 있다.

방구는 소리에 따라 '뽕', '뿡', '피시', '삐이∼' '뽀-옹∼' 등 수십 가지가 있다. 어려운 자리에서 참다못해 억지로 뀌는 방구는 그 작은 틈을 비집고 나오느라 잔뜩 압축된 소리를 띤다. 긴장의 터널을 통과하다 보니 얼굴은 미소지만 마음은 그리 편치 않다. 방구 참다가 병 되고 소변 참다가 병 생긴다.

거추장스런 문화적 분위기가 다소 완화된 집안이나 나이 드신 분들은 맘대로 뻥뻥 엉덩이가 찢어져라 주위 눈치 안보고 뀌어대니 건강에는 나쁠 리 없지만 다소 교양면에서 달리는 게 흠이라면 억지일까?

냄새와 먹은 음식에 따라 무시방구, 보리밥 방구, 싱건지 방구, 계란 방구, 고구마 방구, 밤 방구가 있다. 무시와 싱건지는 한 집안 출신이지만 무시방구는 싱건지 방구를 따라 오지 못한다. 보리밥 방구는 여름철이라 실내를 긴장하게 할 필요도 없어 봐 줄 만하다. 계란과 고구마, 밤 등 주로 쪄먹는 음식은 녹말이 굳어서 생기는 소화 불량이라 할 수 있다.

찐 음식이 방구가 많이 나오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녹말 덩어리를 삭이기 힘든 까닭에 소금을 곁들이고 김치국물을 먹어야만 팍팍하지 않아 목구멍까지 쉬 넘길 수 있는 이유를 추적하면 원인을 찾기가 그리 어렵지도 않다.

각설하고 방구의 대가는 싱건지 방구다. 바야흐로 제철을 만났다. 일찍 김장을 한 시골 동네에서는 지금쯤 싱건지, 즉 동치미를 먹는다. 마을회관에 모인 사람들 틈에 끼어 놀다보면 무시 방구와 계란 방구는 저리 가란다. 무시 방구는 그래도 농도가 옅은 편이고 계란은 한 두 번 압축된 결과물을 맡으면 되지만 싱건지 방구는 그렇지 않다. 시도 때도 없이 나온다.

싱건지 방구는 야릇하다. 싱건지 방구에서는 싱건지 냄새가 난다. 싱건지를 꺼내 처음이야 시큼하고 시원한 맛에 먹지만 이 놈이 소화도 제대로 되지 않고 밖으로 방출되었다고 생각해 보라. 싱건지 꺼내 오랜 동안 상온에 둬 입에 갖다 대기도 힘든 맛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싱건지 방구 냄새가 그렇다. 싱건지 방구는 절대 '뽕'이나 '뿡'소리를 내지 않는다. '뽀옹'하고 맑은 소리를 내며 터져 나와서는 방안 가득 시어진 싱건지 냄새를 풍기는데 그 양반 반찬 메뉴와 식성까지도 파악된다.

일년에 두 번은 방구의 계절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주로 뿌리 식물을 섭취할 시점과 통한다. 그러니 11월 이후 겨울철에 방구를 만나면 그러려니 해야 한다. 보리밥 방구는 초여름에 집중된다. 보리밥에서 방구가 많이 나오는 것은 이등분하여 가운데를 가르고 있는 까만 줄에 있다고 한다.

예전에 어른들은 방구를 뿡뿡 잘 뀌어대야 장이 건강하다하고 소화가 잘 되는 증거라고 했다. 보리밥 먹어도 그렇고 무 먹어도 방구가 잘 나오매 싸고 흔한 음식에 대한 나름의 변명이라고 할까.

방구 잘 나오는 날 내가 뭘 먹었던가를 추적하면 쉬 답이 나온다. 주로 고기와 뿌리 식물을 먹어서이고 과식했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갓 시집온 새색시야 신랑에게 잘 보이려고 인고의 시절을 보낸 탓에 방귀를 덜 뀌고, 신랑과 사랑을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장 운동이 되어 변비에 걸릴 소지가 사라지므로 방구를 덜 뀐다는 속설이 있다. 화장실에 가서 뀌는 방귀는 허무 그 자체다. 그 많은 시간을 두고 참았다가 쉬하는데 뽕하고 나올게 뭐람! 그렇다면 방구도 의지와 연관이 있는 듯 싶다.

사람마다 방구에 대한 추억과 일화가 있다. 방구에 대한 처신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몰래 살짝 뀌는가 하면 주위를 방구소리에 집중하게 하는 대가가 있고, 남에게 떠넘기는 얌체도 있다. 신고하고 그 짓을 해대는 사람도 있다. 하여튼 인류가 생존해 있는 동안에는 방귀는 사람과 생명을 같이 할 것이다.

고약한 냄새는 암모니아, 메탄가스, 황화수소가스, 벤조피렌 등에 의한 것이다. 특히 단백질이 많은 고기나 계란 등은 발효되면서 질소와 황이 발생되는데 이것이 고약한 냄새의 주범이다. 방구를 동반한 복통, 식욕 부진, 체중 감소, 불규칙한 배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대장 질환을 알리는 신호음일 수도 있으니 주의할 일이다.

또한, 개복 수술 후의 회복기에 장이 정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방귀를 방출하게 되는데, 수술 후의 장의 상태를 판단하는 중요한 생리현상이다.

장내발효에 의한 가스는 주로 탄수화물의 이상발효로 양이 증가하여 큰 소리를 동반하는 방구의 원인이 되지만, 냄새는 그렇게 까지 고약하지 않다. 그러나 단백질의 이상분해로 인한 가스는 냄새가 지독하다. 어쨌든 방구를 방출할 때 나는 소리는 주로 항문괄약근의 진동 때문이며, 어느 정도는 의지로 줄일 수 있다.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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