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우울증
경기 침체의 그늘이 깊어지면서 사회 전반에 "불황 증후군"이 확산되고 있다.

스트레스로 정신과 병원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는가 하면 가장의 소득에 불안감을 느껴 부업이나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주부들도 급증하고 있다.

"가면(假面)우울증(masked depression)".얼굴은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불안감과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신종병이다.

서울 송파구의 마음과 마음 정신건강센터에는 요즘 이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직장인들이 하루 평균 6~7명에 달한다.

이 병원 정혜신 박사는 "과거엔 주부들에게 많이 나타나던 우울증이 요즘 들어서는 실직 등의 공포에 시달리는 남성 직장인에게까지 급속히 번지고 있다"며 "일부 가면우울증 환자 가운데에는 맹목적으로 일에 몰입하다가 어느 순간 감당하기 어려운 불안감으로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가면 우울증도 심신증도 모두 정신적인 원인이 있어서 몸에 이상을 일으키는 특징이 있 다. 그래서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병으로는 전혀 다르다.

심신증이란, 정신적인 원인에 의해서 생기는 신체 질환이며, 치료 상으로는 정신적인 배 려가 필요한 신체 질환을 말하며 '정신 신체 질환'이라고도 불린다.

어떤 질병이라도 정신과 관계없는 것은 없지만, 그 중에서도 심신증인 경우에는 정신면 의 영향이 특히 몸에 나타난다.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자율 신경을 통하여 몸에 질환을 일으킨다고 생각되고 있다.

심신증에 의한 대표적인 질환은 위궤양, 고혈압, 천식이다. 그밖에는 공기가 부족한 느 낌이 생겨서 숨이 가빠지거나 숨쉬기 어려워지는 과호흡 증후군, 과민 대장, 신경성 무식 욕증 비만증 등이 있다.

여성이면 월경 곤란증이나 월경전 기장증이 되는 일이 있고, 갱년기 장애에도 관계되며 어린이인 경우는 기립성 조절 장애나 주기성 구토증, 유문 경련 등이 있다.

심신증인 경우에는 정신적인 영향이 계속되면 뚜렷한 질병 형태로 나타난다. 어떤 사람 은 위가 나빠졌다거나 어떤 사람은 혈압이 높아졌다거나 어떤 사람은 천식 발작이 일어 나는 등으로 나타난다.

가면 우울증에는 하나의 질병이라고 특정하게 말할 수 있는 증상은 없다. 혈압이 높아 지거나 위가 아파지는 일은 있어도 그것은 전체적인 증상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우울증인 사람에게 일어나는 여러 가지 몸의 이상과 같다.

그러므로, 가면 우울증이란 정신적인 증상보다도 신체적인 증상 쪽이 강하게 표면에 나 타나는 우울증이며, 원래 우울증에는 양쪽이 함께 나타날 것인데도 '마치 가면을 쓰고 정 체를 감추고 있는 것 같은 병'이라고 불린다.

진짜 정체는 우울증이므로, 가면 우울증 치료에는 항울제를 사용한다. 정신적으로는 보 통 우울증과 같이 침울해지거나 죽고 싶다는 따위의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처 음에는 알아보지 못하는 일이 많다. 위장약을 쓰거나 두통 약을 써도 조금도 좋아지지 않아서 항울제를 먹였더니 나았으므로 '아, 가면 우울증이었구나.'하고 알아차리는 케이스 가 많은 것 같다.

심신증인 경우는 우울증 요소는 없다. 그것보다도 분명한 병이 생겼으므로 치료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