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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뭇매' 맞은 걸그룹 10대들 "내가 뭘 잘못 했나요?"
작성자
도라에몽
작성일
2010-10-18
조회
5798






걸그룹의 10대 멤버들이 어른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목청을 높이고 있다. 과도한 노출 의상을 입고 선정적 춤을 춘다는 이유에서이다. 노출의 수위가, 선정의 정도가 어느 지경이기에 국정의 전반을 감사하는 국정감사장에서까지 이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것일까?

청소년에게 담배나 술을 파는 행위는 엄격하게 금지하면서도 걸그룹의 멤버를 술 광고의 모델로 내세우고, 10대 성매매를 엄벌하면서도 그들 신체의 일부를 '꿀'을 바른 허벅지로 묘사하고, 10대 여성을 성적인 대상이자 성 상품으로 소비하는 이 한국사회에서 말이다.

10대 연예인, 특히 걸그룹의 미성년 멤버에 대한 선정성 문제는 방송사에서 먼저 과민 반응을 보였다. 방송사는 '가슴골이 보여서는 안 된다'는 등의 노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여가수들이 몸을 거의 노출시키지 못하도록 옷을 덧대 입게끔 조치했으며, 야하다고 판단되는 춤 동작을 금지시켰다.

10월 18일 열린 KBS 국정감사에서는 안영환 의원(한나라당)이 "KBS 뮤직뱅크에서 소녀시대, 카라, 티아라, 현아 등 미성년자들이 소속돼 있는 여성 그룹이 섹시를 컨셉으로 짧은 치마와 바지, 속이 훤히 보이는 옷을 입고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아이돌 그룹에 미성년자가 포함돼 있는 걸 아느냐"고 따졌다.

안 의원은 또 "요즘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 사회자가 어린 여자 가수들이 나왔을 때 단골메뉴로 주문하는 것이 섹시댄스나 섹시한 표정 짓기인데, 어린 학생들이 어른들의 기호에 맞게 짧은 옷을 입고 춤추고 야릇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과연 우리 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냐"고 물었다.

방송사가 제동을 걸고, 국회에서 논란이 일어 10대 걸그룹의 소속사 대표가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나서는 진풍경이 벌어질 만큼 미성년 연예인의 선정성 문제는 표면상으로는 이처럼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방송가요계 관계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국감장에 불려나간 GP Basic 박상현 대표는 "소녀들이라고 동요만 부르게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고, 한 기획사 간부는 "제대로 된 기준도 없는 마구잡이식 논란들이 가요계 표현의 수위를 낮추고 차별화된 퍼포먼스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퍼포먼스를 하려면 어느 정도 라인이 보여야 된다. 그런데 펑퍼짐한 옷을 입고 춤을 추면 라인들이 안 보인다. 걸그룹은 그 라인을 무대 위에서 보여줘야 하는데, 선정성이 문제라고 해서 라인을 무시하고 한복을 입고 엉덩이춤을 추면 각설이 공연이 되고 만다는 불만이다.

섹시연예인으로 불리는 한 가수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전파를 타던 의상이나 춤을, 10대 멤버를 이유로 갑자기 금지시키고 수정을 요구하니 정말 황당하다"면서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팬들 반응을 살펴서 우리가 먼저 수정을 할 텐데, 무조건 못하게만 하니 갈수록 표현의 자유가 줄어드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의 반응도 다름없다. 대중예술참교육연대의 전휴성 대표는 "이 문제는 대중문화계의 자체 정화 능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중은 노골적인 건 싫어한다. 때문에 결국 심각한 선정성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걸그룹의 가장 큰 매력 요소가 안무인데, 그 매력을 덮어버리려 하지 말고, 시장을 믿고 맡겨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인기 걸그룹의 한 제작자는 확장된 시각으로 이 문제를 풀 것을 주문한다. 그는 "우리나라 가요는 이제 더 이상 우리나라의 것만이 아니다. 전 세계가 주목을 하고 있다. 스스로 표현의 수위를 낮추고, 무대의 틀을 고정해버리면 결국 국제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힘들게 닦아온 해외시장을 포기할 셈인가"라고 한탄했다.

알려진 대로 지금 우리 걸그룹은 세계 곳곳에서 '한류 돌풍'의 주역으로 인기가 높다. 특히 일본에서의 한류 바람은 배용준의 '욘사마' 열풍을 능가할 정도로 거세다. 그 중심에 소녀시대와 카라가 있다. 소녀시대는 멤버 대부분이 이제 갓 미성년을 벗어난 소녀 일색이고, 카라의 강지영은 1994년생 미성년자이다.

카라의 '엉덩이춤'은 한류바람에 불을 지른 히트상품이다. '외화획득'이니 '국위선양'이니 하는 구시대적 구호는 쓰지 않더라도 걸그룹들이 외국에서 그 실력을 발휘하고, 인정받은 것은 틀림없다. 그런데도 강지영이 엉덩이춤을 추었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 사회를 경악시킨 선정적 춤'으로 매도해야 하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건강미와 섹시미를 굳이 편 가르려 하지 말라는 주문도 있다. 찬바람이 이는 요즘, 도시의 젊은 여성들은 여전히 짧은 바지와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으며 건강미를 과시한다. 뿐만 아니다. 어른들의 문화를 따라 하는 '어덜키드'를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요즘이다. '어덜키드'란 어른을 의미하는 Adult와 아이를 의미하는 Kid를 합친 단어로 어른 흉내를 내는 아이를 뜻한다.

'어덜키드' 문화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어덜키드'를 위한 산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성인 여성들이 사용하는 화장품 대부분이 어린이용 제품으로 출시되어 화장품 시장의 '블루칩'이 된 지 오래다. 색조 화장품을 사는 꼬마 숙녀들의 뒤에는 그들의 부모가 있다. 미성년자가 엄마처럼 화장하고 하이힐을 신듯, 10대 걸그룹 멤버가 '어덜키드' 안무를 하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것이 이 시대 변화된 문화의 물결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이런 '어덜키드'의 유행이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10대 연예인을 포함해 청소년은 항상 일탈적이고 신중하지 못하며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는 근원으로 여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10대 연예인 문제를 판단하는 기준도 함께 변해야 한다.

기성세대가 되면 기본적으로 시각이 보수화되는 경향이 있다. 미성년 연예인을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면 문제만 보이고, 대중매체를 통해 집중적인 조명을 받게 되는, 최근의 '17세 여가수 지망생에게 성 상납 강요한 기획사 대표 구속' 같은 연예계의 사건만 보면 언제나 문제는 심각하게 보인다.

실제로 국정감사에서 안영환 의원은 "논리비약이 있지만 방송과 사회가 아직 보호 받아야 할 어린 아이들을 성적 이미지로 포장해서 팔고 있기 때문에 조두순, 김길태 사건과 같은 흉악한 범죄에 어린 여학생들이 노출된다."며 "나이에 맞는 역할과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리의 비약이라고 생각했으면 이 같은 주장은 하지 않았어야 옳다. 자신들의 물질적 풍요를 축적하기 위해 조성해 놓은 유해환경에 청소년을 방치한 기성세대가 국민을 상대로, 그것도 걸그룹의 10대 멤버를 제물 삼아 할 이야기는 아니다.

사회문화적 배경이 항상 위기의 10대를 만든다.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성인의 안무를 소화하는 걸 단죄해서는 안 된다. 기성세대가 의식 없이 쏟아내는 논리적이지 못한 접근 방식이 걸그룹의 안무를 선정적으로 보이게 만든 것은 아닐까.

기획사의 경제 논리로, 정치권의 여론몰이식 논리 속에서 활동하는 미성년 연예인들이 자연스럽게 성인 연예인을 흉내 내는 현상은 어른이 먼저 반성하고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한다.

또한 사회적 '뭇매'를 통해 마치 '인형'처럼 살고 있는 10대 연예인이 받는 상처와 고통, 그리고 이로 인한 저항의 몸짓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걸그룹의 10대 멤버들이 진정 무얼 느끼고 무얼 원하는지 제대로 아는 어른이 몇이나 될까. '문제 연예인'은 없다. 단지 '문제 어른'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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